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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수특파원이 본 교류 현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이와는 대조적인 광경을 서독의 웬만큼 큰도시의 기차역에선 볼수 있다. 하루에 6∼7회씩 베를린과 연결되는 열차나 동독의 주요도시로 떠나는 열차가 출발할때면 유난히 많은 전송객들이 눈에 뛴다. 눈시울을 붉히고있는 전송객들은 으레 40∼50대안팎이 대부분이고 차 창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떠나기를 아쉬워하는 사람들은 거의 틀림없이 60∼70세이상의 노인들이다.
서독에 거주하는 자녀나 친척들을 방문하고 돌아가는 동독연금생활자들의 전송풍경이다. 서독에서 기차여행을 하다가 동독에서온 노인들을 흔히들 만나게된다.
연평균 1백50만명의 동독노인들이 서독의 가족이나 친지를 찾아오기 때문이다.
우리와 같은 분단국으로 사회체제를 달리하고 있어 종전이후 독일에서도 「이산가족」이란 말이 생겨났고 「가족재결합」이라는 말이 쓰이고 있기는 하지만 그들의 재회가 우리처럼 「감동적인 관심」의 대상은 되지않고 있다. 그것은 나라가 동서로 갈라져 가족이나 친척도 인위적으로 떨어져 살고는 있으나 서신왕래와 전화를 통한 접촉이 끊이지 않으며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인적교류가 계속돼왔기 때문이다.
독일에서는 비록 갈라져사는 고통은 마찬가지이나 1년에 적어도 한번이상 만날 기회가 있어 생사나 소재조차 확인할수 없는 그런 고통은 겪지 않고 있다.
분단된지 38년이되는 오늘날까지 동독에 부모나 자녀 또는 친척을 두고있는 「이산가족」은 서독 국민전체의 25%(1천5백만명) 쯤 된다는것이 양독문제를 맡고있는「양독관계성」공보실의 말이다.
동서독이산가족의 재회는 서독시민이 동독을 방문하는 경우와 동독시민의 서독방문등 두가지 경로로 이루어지고 있다. 두경로간에 차이가 있다면 서독시민은 연령의 제한없이 누구나 동독의 친지를 찾아볼 수 있는데 반해 동독시민은 연금생활에 들어간 노인(남65세·여60세이상) 에게만 서독방문이 허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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