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돌이"와 ."복순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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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복돌이」와 「복순이」 이야기를 처음 들은 것은 이달초순, 퇴근길의 버스 안에서 였다.
『김××자식, 이자를 너무 비싸게 받아」
『걔도 복돌이니?』
여드름이 막 돋아나는 중학생 2명이 주고받는 이야기는 기자를 소스라치게 했다.
11일자 중앙일보에 중·고교생의 고리대금행위가 처음 보도됐을때 학교내부사정에 정통하다는 시교위의 생활지도담당자들 조차 『그럴 리 없다』고 펄쩍 뛸 정도였다. 감히 예사사람들이 복돌이와 복순이의 은밀한 영업 (?)을 알리 없다.
사실 버스 안에서 얻어들은 단서를 근거로 1주일 남짓 학교주변을 맴돌며 구름잡기식 취재를 하면서도 기자는 사실을 믿기 어려웠고 그것이 사실이 아니기만을 바랐다.
그러나 5천원을 빈뒤 20일단위로 2배씩 늘어나는 이자계산방식에 따라 2개월 남짓만에 원리금이 7만5천원으로 불어나 끝내는 공납금까지 빚갚는데 털어넣고 정학처분을 받은 한 중학생의 사례까지 확인했을 때의 참담했던 심정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학교와 교실이 돈놀이 시장이 된 것이다. 이래도 좋은 것인가. 학교당국은 무엇을 했을까. 귀여운 자녀가 돈놀이장부를 책가방 속에 넣고 집과 학교를 오갈 때 가정은 무엇을 했을까.
학부모가 자녀문제를 상의하기 위해 학교를 찾았을 때 정문에서부터 수위에게 제지당하고 발길을 돌려야하는 것이 요즘의 「교육」풍토다. 학교와 가정사이의 대화가 끊긴지는 이미 오래됐다.
학교에서 사제지간의 대화, 가정에서 부모·자녀간의 대화조차 철저히 단절돼있음을 학교 내 고리대금 유행은 말해준다.
모두들 응집력 없이 제각기 돌아가는 「콩가루식 교육풍토」인 것이다.
복돌이·복순이의 이야기가 던져주는 무엇보다 큰 충격은 바로 그들이 「사회가 가르치고 보여주는 대로 했을 뿐」이라는 사실이다.
돈이면 안되는게 없는 세태. 그 돈을 벌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려서는 안된다. 그래서 땀을 흘리지 않고도 돈을 버는것이 이 시대 최고의 선인것 처럼 착각하기 쉽다.
복돌이·복순이들은 운동장 몇 평을 대지로, 교실을 아파트쯤으로 알고 사들여 전매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어른들이 그렇게 가르쳐준 것이다. 과연 이 물질추구의 맹목적 의지는 우리를 어디까지 쓸어갈 것인가. <이춘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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