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열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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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교내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나오는데 2학년 학생 하나가 주번 선생님에게 머리를 쥐어박히고 있었다. 내용인즉 복도에서 뛰고 떠들였다는 것이다.
학생은 고개를 푹 숙이고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주번 선생님은 큰 소리로 꾸짖고는 학생을 복도에 꿇어 앉혀 놓았다.
나는 직원실로 돌아오면서 조금 심하다 하는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했다.
벌을 주는 대신 그 학생이 납득할 수 있도룩 잘 타일렀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만일 그랬더라면 그 학생은 분명 미안해 했을 것이고, 다시는 그와 같은 일을 되풀이하지 않으려고 했을 것이다.
이처렴 크게 꾸짖고 벌을 준다는 것은 학생으로 하여금 자기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게 하기는 커녕 도리어 반감을 가지게 한다.
1968년이던가, 확실한 날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바로 부산의 D중학교에서 방화사건이 일어나 목조교실 십여칸을 태워버린 일이 있었다.
사건의 조사결과 그 학교에 다니는 학생 하나가 담임교사에 대한 불만을 품고 불을 질렀다는 것이 밝혀졌다.
불을 지른 학생이 불을 지르기 얼마전, 학교에 바칠 수업료를 가지고 집을 나갔다가 이틀 후에 돌아와서 깡패에게 빼앗겼다고 했다. 그러나 담임교사의 추궁끝 그것이 거것임이 드러나고 서울에 가서 놀다 온 것이 밝혀졌다.
그래서 담임교사는 많은 학생들 앞에 그를 불러세워놓고 그가 저지른 비행을 폭로하고 심하게 꾸짖었다.
많은 학생들 앞에서 당한 수치와 굴욕감으로 그 학생은 담임교사에게 원한을 품게 되고 끝내 복수할 기회를 노리다가 그와 같은 끔찍한 일을 저지른 것이다.
만일 이 사건도 담임교사의 따뜻한 사랑이 있었더라면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교사는 항상 책벌보다는 자상하고 따뜻한 사랑으로 대해야한다. 사랑은 모든문제를 해결해주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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