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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려면 관심을 분산하라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11호 32면

저자: 토마스 휠란 에릭센 출판사: 책읽는수요일 가격: 1만5000원

“‘카르페 디엠’은 내가 들어본 말 중에서 가장 덧없고 가장 자주 오용된 좌우명이 아닐까 싶다.” 오슬로대 사회인류학과 교수인 저자의 단언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오직 지금 이 순간에만 묻혀 살아간다면, 삶이란 쏜살같이 움직이는 시간 속에서 제자리에 서 있는 존재로 변해버릴 것이란 얘기다.

『만약 우리가 천국에 산다면 행복할 수 있을까』

사실 그의 전공은 다문화주의다. 한국에는 처음 소개되지만 종종 유럽 과격주의자들의 표적이 되곤 하는 스칸디나비아 대표 인문학자 중 하나다. 그런 그가 ‘빅 배드 울프 패러독스’를 통해 행복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아기 돼지 삼형제를 잡아먹기 위해 일생을 바친 늑대가 마침내 만찬의 꿈을 이루려는 순간, 아들이 물었던 것처럼. “내일은 뭘 하실 생각인가요.”

저자는 우리 역시 이 늑대와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세계 인구의 상위 20%에 속하는 ‘국제 중산층’으로서 더 오랫동안 보다 많은 것을 누리며 살지만 사냥할 돼지가 없다는 것이다. 영국 싱크탱크인 레가툼연구소는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로 6년째 노르웨이를 지목했다. 허나 정작 그 속에 살고 있는 저자는 목표가 부재한 삶은 결국 지루한 파라다이스에 불과하다고 경고하고 있는 셈이다.

천국에 살아도 마냥 행복할 수 없는 이유는 비교와 과잉에서 온다. 본디 북유럽에서는 ‘당신이 특별하다거나 우리보다 더 나은 사람이라는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얀테법이 불문율이었다. 하지만 국경없는 비교가 가능해진 탓에 어느새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사회가 되었다. 굳이 어려운 공자님 말씀이 아니어도 실례는 우리 삶에 널려 있다. 다섯 중 넷은 디지털카메라를 목에 걸고 해외여행을 떠날 수 있는 시대다. 10장이면 충분한 사진을 수백 장씩 찍을 수 있게 된 덕분에 새 사진을 찍을 때마다 되레 그 한계효용은 줄어들게 되는 아이러니에 봉착한 것이다. ‘모든 것의 가격은 알고 있지만 그 가치는 모르는’ 세상이 비단 지구 반대편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닐 터다.

어쩌면 최근 열풍이 불고 있는 아들러 심리학 역시 같은 맥락일지도 모르겠다. 모든 고민은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고 진단하며 인생은 타인과의 경쟁이 아님을 설파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다른 사람은 적이 아니고 친구라는 것을 믿으며, 스스로 존재만으로도 타인을 도울 수 있는 세 가지를 행복의 조건으로 꼽았다. 미움받을 용기뿐만 아니라 행복해질 용기까지 얻고 싶다면 귀담아 둘만한 대목이다.

에릭센의 조언은 보다 구체적이다. 그는 삶에서 경험할 수 있는 급진적인 추락과 지루함을 줄이기 위해서는 관심을 분산 투자하라 말한다. 존 스튜어트 밀이 앞서 제레미 벤담이 제안했던 이성적인 연구로는 행복을 찾지 못하다 무기력감을 떨쳐내기 위해 빠져든 낭만주의 시문학에서 그 진가를 맛봤듯이 말이다.

다른 중요한 무엇을 얻으려 노력하는 과정 중에서만 행복을 얻을 수 있다는 밀의 말은 저자를 만나 사회민주주의 혹은 사회자유주의화 된다. 개인의 행복 외에도 공동체가 힘을 뭉쳐 이뤄내야 할 거대한 목표를 함께 좇아야 할 아기 돼지들로 은근히 치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금 더 행복할 수 있다면 이런들 어떠하고 또 저런들 어떠하겠느냐만 말이다.

글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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