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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이산가족찾기 7일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1천번째의 상봉가족은 6·25때 헤어진 이정순씨(46 서울용산구후암동409)와 이송자씨 (39 부산) 자매의 상봉.
경북 영천 군수로 재직중 공산도당이 일으킨 10.1폭동사건으로 회생된 이태수씨의 유족인 이들은 공산군이 쳐들어온다는 소식을 듣고 어머니와 동근·영근·정순·명자·송자씨등 5남매가 서울에서 대구로 피난가던 도중 막내인 송자씨를 잃어버렸던것.
남편을 살해당하고 자식마저 잃은 어머니는 홧병으로 피난도중 세상을 떴다.
하오6시20분 화면을 통해 만난 이들 자매는 『언니야』 『송자야』하고 서로를 부른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언니 정순씨가 『너를 얼마나 찾았는데. 오빠랑 모두 살아있다』고 말하자 동생 송자씨는 『나만 혼자 떨어졌구나』하면서 『왜 찾지 않았느냐』고 잠시 원망하는 눈초리를 보이기도 했다.
3일째 KBS에서 상주하다 드디어 동생을 찾은 명순씨는 『내 동생이 살아있다는 사실에 그저 가슴이 떨려올 뿐』 이라며 눈시울을 적셨다.
○…32년만에 만난 김순자(44) 춘자(35)씨등 자매는 옆자리에서 서로 얘기를 나누다 자매임이 밝혀져 부둥켜안고 통곡.
이들 자매는 1·4후퇴때 3남매가 수색으로 피난나와 살다 6l년 언니 순자씨가 돈을 벌러 서울로 가고 오빠 기섭씨(48)도 입대하게돼 뿔뿔이 흩어져 소식이 끊겼다는것.
동생 춘자씨는 언니를 찾아나섰고 언니 순자씨는 오빠를 찾는다는 신청서를 KBS에 냈던것.
그러나 순자씨는 딸로부터 『엄마와 비슷하게 생긴 사람이 엄마이름을 찾고있다』는 말을 듣고 KBS공개홀로 달려가 우연히 동생과 옆자리에 앉아 서로「찾는 사연」을 얘기하다가 자매임이 확인된것.
○…『이놈아,큰절 올려라 네 외삼촌이시다…』
32년만에 오빠 박운봉씨(57· 서울창2동 623의34)를 만난 경화씨(52·천안시)는 2남 이종재군(20)에게 외삼촌에게 빨리 큰절을 올리라고 다그지며 상이용사로 몸이 불편한 오빠의 휠체어를 붙잡은채 흐느꼈다.
평북선천군이 고향인 이들 남매는 1· 4후퇴때 피난을 가다 황해도 남천부근에서 경화씨가 『물을 길어오겠다』며 잠깐 숲으로 들어간것이 생이별이 되어버린것.
운봉씨는 『누이동생이 숲으로 들어간 사이 인민군 패잔병들이 다가온다고해 누이동생을 놓고 내려왔다』며 못난 오빠를 용서해달라고 흐느꼈다.
○…서울남산도서관장 조남묵씨 (58· 서울제기동120의149)도 조카 조인자씨 (36· 미용업· 서울개봉동원풍아파트614의8110)를 5일하오2시쯤 KBS중앙홀에서 극적으로 상봉.
조씨는 5일 KBS에 나왔다가 「1·4후퇴때인 세살때 원주에서 헤어진 어머니를 찾는다」는 벽보내용을 보고 조여인을 찾았다.조여인의 이름이 어릴때 박명자라는 이름으로 고아원에서 개명되어 있어 긴가민가하다가 조관장이 5일 조여인의 생모 김옥순씨 (57· 서울미아2동833의2)와 함께 KBS중앙홀에 나와 조여인의 어릴때 몸의 상처를 확인하면서 울음을 터뜨렸던것.
○…l·4후퇴때 가족을 모두 잃어버렸다는 윤선옥할머니(78 서울대림1동970의5)는 3일전부터 아들과 딸의 이름을 부르며 KBS본관앞뜰에서 한끼도 먹지 않은채 방송순서를 기다리다 5일하오5시쯤 KBS본관 계단에서 졸도,지원나온 한강성심병원의료팀의 응급치료를 받기도 했다.접수번호 2만번이 넘는 윤할머니는 병상에서 깨어나 『방송에 출연시켜주지 않으면 한발짝도 이곳에서 물러설 수 없다』고 말해 주위사람들을 안타깝게했다.
○…철도청은 범국민운동으로 번지고있는「이산가족찾기」를 지원하기 위해 재회가족들에게 열차무임승차 편의를 주기로했다.
최기덕 철도청장은 6일 KBS가 벌이고있는 이산가족찾기방송에서 가족을 찾아 만나러 갈때는 당사자 1명과 동행자 2명에게 새마을호를 제외한 우등·특급등 모든열차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하라고 지시했다.
철도청은 재회가족의 편의를 돕도록 서울과 지방의 각 KBS방송국에 직원을 파견,현장에서 왕복무임승차증을 발급해 주기로 했다.
○…노동부는 5일 전국사업체근로자중 이산가족이 있을 때엔 소속기업체가 이들에게 특별휴가를 주어 KBS가 실시하고있는 이산가족찾기에 참여할수 있도록 하라고 전국 지방사무소에 지시했다.
○…혈연이 지극히 중시되고 있는 우리사회에서 부부의 연은 혈연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사실은 한국방송공사 (KBS)와 대한적십자사가 사연을 분석한 결과 드러났다.
4일하오 현재 KBS의 이산가족찾기 생방송에는 8천4백여명이 출연했는데 이들의 대부분은 부모(10%이내), 형제 (약50%), 친척 (40%이상)등 혈연을 찾으려는 사람들이었고 아내나 남편을 찾는 사례는 6∼7건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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