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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범죄와 수사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우리나라의 범죄양상을 놓고 흔히들 지능화, 광역화, 기동화, 연소화, 흉포화되고 있다고들 말한다.
구체적인 숫자를 들지 않더라도 각종 범죄가 지능화하고 있음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여기에다 해외에 대한 문호가 활짝 개방되면서 범죄의 국제화도 가속화되고 있다.
최근 위조 미화나 향항달러를 국내에 들여와 돈을 바꾸다가 적발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범죄의 국제화에 대한 우려는 한층 짙어지고 있다.
관계기관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발견된 위조달러는 작년에 비해 건수로는 2배이상, 액수로 보면 7배이상 늘어난 것이며 지금까지 국내에서 발견된 일이 없는 거액의 위조홍콩달러까지 나돌고 있다는 것이다.
또 지난1일 구속수감 중 자살한 필리핀여인도 국제위?조직의 일원으로 보여 수사진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경찰은 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 등 대규모 국제행사를 겨냥한 국제위폐조직이 한국시장을 시험하려는 것이 아닌가 분석하고 있다는데, 어쨌거나 국제범죄조직이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철저한 수사체제를 갖추는 일이 시급해지고 있다.
대책의 첫째가 경찰수사력의 획기적인 강화임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각종 범죄가 갈수록 지능화하는데 비해 「수사지능」이 너무 뒤진다는 말이 나온지는 오래된다. 장비는 물론 인원면에서도 경찰의 수사력은 꼭 토끼를 좇는 거북이나 다름없는 꼴이란 지적이다.
특히 사회구조가 복잡 다양해지는데 비해 경찰은 분야별 전문수사요원을 양성하지 않았거나 확보하지 못해 좀 색다른 사건이 터지면 속수무책인 때가 많다.
전문지식을 갖춘 요원이 없어 수사의 초동단계에서 부터 실패한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한번 방향이 빗나가면 엄청난 낭비만 낳고 수사는 원점에서 다시 시작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최근 사법부는 범죄를 뒷받침할 엄격한 증거를 요구하고 있다. 육감에만 의존하는 수사는 더 이상 발을 붙일 수 없게 되었다. .
당연한 말이지만 경찰의 제일?적 책무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는 일이다. 경찰의 여러 업무 가운데 수사분야가 가장 핵심적 중요성을 띠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수사경찰의 중요성에 대한인식이 만족할만한 수준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운게 우리의 실정이다.
요원을 양성하는 전문교육기관이 엾었던데다 과중한 업무 및 진급 등에서 나타나는 상대적인 소외감등이 수사요원의 확보를 저해하는 요인들이었다.
총체예산으로 볼때 경찰의 비중이 낮다고 말할 수는 없다. 몇년사이 경찰은 인원이나 장비면에서 상당한 진전을 한 것이 사실이다.
양적인 팽창에 비해 질적 향상이 따르지 못한 것이 문제라면 문제인 것이다. 뿐더러 수사경찰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도 크게 나아진게 없는 것 같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특히 수사경찰은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고 있다.
물론 수사경찰관의 오랜 경험에서 오는 ?단과 육감은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의 사회는 풍부한 수사경험, 예리한 육감 못지 않게 범죄를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전문수사 요원을 요구하고 있다.
국내인이 저지르는 범죄를 뒤쫓는데도 급급한 현실에 고도로 지능화되고 갈 훈련된 국제범죄조직까지 끼어들 경우를 상상하면 우리의 수사력에 일말의 불안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서울만해서 10년이상의 경력을 가진 수사경찰은 전체의 20%정도라고 한다. 요원들이 다른 업무에 시간을 빼앗기지 않고 수사에만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일부터 서둘러야한다.
경찰수사력의 강화는 비단 그것이 경찰 고유의 책무라는 점에서 뿐 아니라 국제범죄 조직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기 위해 꼭 필요한 일임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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