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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베이트 게이트」의 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미국정치에서 정적의 비행을 탐지해서 선거때 이를 이용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때로는 그런 자료를 신문에 흘려주어 정적을 곤경에 빠뜨리는 예도 더러 보인다. 또 때로는 정적끼리 상대방의 비행에 관한 자료를 갖고있음을 은근히 암시해서 상대방이 자기의 비행을 폭로하지 못하게 하는 방패로도 쓴다.
그래서 선거때가 되면 정치첩보활동은 치열해진다.
그러나 최근에 말썽이 되고있는 「레이건」참모진의 「카터」선거자료 입수사건은 그러한 종래의 예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간 정치스파이 사건이다. 워싱턴포스트지의 한 칼럼은 이번 사건처럼 선거논쟁에 임하는 상대방의 시나리오를 입수해서 보는 것은 마치 포커놀이에서 상대방의 카드를 들여다보며 노름을 하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레이건」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은 이 사건이 확대되자 자기들이 참고한 자료가 대단한 비밀을 담고있지 않았으며 TV논쟁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강조, 이 사건을 대수롭지 않게 취급하려 하고있다.
「카터」행정부시절에 사이가 좋지 않았던 현 하원 민주당원내 총무 「토머스·오닐」의원도 의외로 「레이건」에 동조, 그런 자료가 「레이건」쪽에 넘어갔든 안갔든 간에 「카터」의 인기가 형편없어서 선거걸과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건은 「카터」의 선거자료를 누가 어떤 방법으로 입수해서 「레이거」진영에 전달했는지에 초점이 집중되면서 최소한 정치윤리면에서는 「레이건」진영에 과오가 있다는 점으로 기울고 있다. 이 자료를 「레이건」참모진에 전했다는 「월리엄·케이시」 미CIA(중앙정보국) 국장이 이 자료를 본 기억조차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서 입수경위가 관심의 초점이 되고있는 가운데 「카터」참모 중 불만을 가진 자가 「레이건」진영에 자료를 전했을 경우와 심지어 「레이건」대통령의 당선을 위한 정보기관의 요원이 개입했을 경우 등 여러가지 억측이 나돌고 있다.
법적으로는 「카터」의 참모가 자료를 전했을 경우는 「자기물건을 자기가 훔칠 수 없다」는 법이론에 따라 형법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정설인 것 같다.
그러나 「레이건」 참모진이 이 자료를 얻기 위해 어떤 적극적인 행동을 취했을 경우는 문제가 달라진다.
백악관은 이 사건이 워터게이트처럼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카터」선거전략에 관련된 자료는 발견되는 대로 법무성에 넘기고있다고 말하고있다. 백악관이 무엇인가 숨기고있다는 인상을 주지않기 위해서다.
그러나 민주당측은 「특별검사」의 임명을 요구하고 있다.
이 자료의 입수경위가 밝혀질때까지 이 사건에 대한 관심은 계속 「레이건」행정부를 따라 다닐 것 같다.

<장두성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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