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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전자오락실 허가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말썽이 되고있는 전자오락실 문제에 드디어 매듭이 지어질 모양이다.
정부와 여당이 마련한 방안들의 실시도 급격히 이루어질 단계에 있다.
알려진 그 방안들은 그동안 논란된 문제들의 해소를 위해 상당히 고무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전자오락실을 허가제로 양성화하고 성인용과 청소년용으로 구분하여 업소의 기준을 정하며 무허가업소에 대해서는 체형까지 가할 수 있는 벌칙규정을 강화하고 있다.
그 내용에선 일견 전자오락실이 안고있는 문제들을 가급적 완화하고 해소해보자는 노력이 엿보인다.
그러나 그 방안은 지난 10년간 우리사회에 일으켜온 전자오락문제에 대한 때늦은 대책이라는 점에서 우선 아쉬움을 불러일으키며 그 대책이 보다 공개적인 토의과정에서 제시되고 있지 않은 점에서 유감을 느낀다.
전자오락의 문제는 물론 우리사회만의 문제는 아니다. 비디오게임은 지금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문제의 하나다.
그렇기 때문에 그 문제의 처방은 세계 다른 나라들의 동향과 추세를 충분히 감안해서 이루어져야한다.
거기에는 물론 한국적 사회관례와 요구도 많은 작용을 할 것이란 생각도 든다.
컴퓨터문화는 비디오게임이라는 부산물을 가져왔지만 그 부산물이 만드는 문제는 지금 인류사회와 문화의 측면에서 심각히 논란되는 중대성을 나타내고 있다.
컴퓨터시대에 접어든 인류의 문화는 지구사회의 엄청난 변모를 가져오고 있으며 그에 못 지 않게 비디오게임을 놀이하고 있는 인간행태의 새로운 문제가 심각히 논란되고있다.
그 외에도 비디오게임은 그 놀이에 심취한 사람들에게 운동부족 현상을 초래한다거나 그 자체가 폭력적이어서 스트레스를 풀기보다는 높여준다든가, 돈이 많이 든다는 폐해를 들 수 있다.
또 청소년들에게는 학교공부를 등한하게 하고 전자오락실의 좋지 못한 환경 때문에 악에 오염되기 쉽다고도 한다.
그런 비판에 맞서 긍정론도 있다. 정보화사회에 필수적인 컴퓨터에 접근하는데 비디오·게임은 척경이 되며, 그것은 또 어쩔 수 없는 추세라는 것이다.
우리의 자라는 세대들이 언제까지 고전적 장난감에 묶여 있을 수는 없다.
단지 중요한 것은 현재의 시점에서 우리 사회에서 비디오게임과 전자오락실이 일으키고 있는 문제들을 가장 효과적으로 해소해 가야한다는 요구다.
비디오게임이 새롭고 재미있는 청소년의 놀이로 부각된 이상 그것을 무조건 규제하는 일은 무의미하며 어떻게 그 놀이를 우리의 청소년들에게 유익한 놀이로서 승화시키는가 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다.
그러기 위해 중요한 것이 우선 비디오게임 프로그램의 개발이다.
청소년의 심신발달에 적합하지 않은 비교육적이며 국적 없는 게임으로 우리 청소년을 오염시켜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현재 시중에 보급돼 있는 전자오락은 85종이 일제, 나머지 40여종이 미제의 프로그램이다.
폭력을 조장하는 외에 사행심과 도박심리를 자극하는 프로그램이 어린이들의 맑은 혼을 병들게 할 수는 없다.
그간 우리 자신의 프로그램이 개발되지 못한 것은 전자오락의 음성화시책 때문이었다.
이제 양성화시대를 맞으며 정부와 사회가 건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 심의, 연구할 수 있는 전문적 기구를 구성할 필요도 있겠다.
전자오락실의 환경조건 개선도 필요하다. 비디오게임 자체의 문제 외에 게임 하는 장소와 환경이 교육적으로 더 중요할 수도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청소년들에게 적합한 비용으로 놀 수 있게 하고 퇴폐적 놀이습관을 정화하고 감시할 수 있는 기능도 좀더 강화되어야할 것이다.
전자오락실 허가제 방법은 우선 고무적인 일이지만 청소년의 올바른 교육과 우리사회문화의 건전화는 더욱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당국이 잊지 말고 계속 관심을 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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