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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데 우는 애 만나면 … " 이런 질문 던져 인성평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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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시계를 보며 허겁지겁 문을 나섰다. 그런데 우리 집 앞에 처음 보는 작은 아이가 서 있는 게 보였다. 다섯 살 정도 되어 보이는 그 아이는 대답 없이 울기만 했다. 나는 다시 시계를 봤다. 주변엔 아무도 없다.”

 2014학년도 서울교대 수시 ‘교직인성면접’에 참여한 수험생들은 이런 지문을 받았다. 면접관은 이들에게 “이런 상황이라면 어떻게 행동했을지, 왜 그랬을지 설명하라”고 물었다.

 학교 측의 채점 기준에 따르면 “아이의 처지에 대한 배려심이 잘 드러나고 주어진 상황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이면 ‘우수’로 평가받는다. 장용규 서울교대 교무과장은 “2009년 입학사정관제 도입을 계기로 이처럼 갈등 상황을 제시하고 자유롭게 답한 뒤 학생이 교직에 맞는지 가늠하는 면접 평가가 자리 잡게 됐다”고 밝혔다.

 이처럼 인성평가는 수험생의 가치관·책임감·소통 능력·도덕성·윤리의식을 종합적으로 본다. “대입에 인성 평가를 반영하겠다”는 교육부 방침에 대해 인성면접이 비교적 활발한 교육대는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분위기다. 이재희 경인교대 총장은 “교사가 되려는 학생에겐 지식보다 인성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며 “교육과정은 물론 입시에서도 인성교육을 강화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2015학년도 입시에서 전국 10개 교대는 모두 수시·정시 전형에서 ‘교직 인·적성 면접’을 통해 교사로서의 자질을 평가했다.

 사범대의 학생부 종합전형, 서울대 의예과 등 일부 의대에서도 이 같은 인성면접이 활용되고 있다.

서울대 의예과 입시에선 수험생이 1시간 동안 6개의 면접실을 돌며 다양한 상황과 지문을 만난다. 예를 들어 ▶슬픔에 빠져 있는 친구 위로해주기 ▶예약제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예약 없이 오래 기다린 손님이 항의를 했을 때 직원이 돼 해결하는 모습을 연기하라는 주문형 문제가 나왔다.

서울의 한 고교 진학교사는 “몇 달 전 상위권 학생을 모아 여러 주제로 토론을 시켜보니 자기 주장만 거듭하고 남에 대한 배려는 없는 애들이 꽤 있어 놀랐다”며 “교대나 의대는 물론 다른 학과에도 인성을 평가하는 전형이 생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입에 인성평가를 반영하는 과정에서 어려움도 예상된다. 지난해 인·적성면접을 도입한 아주대의 한호 입학처장은 “상당수 대학에선 대입에서 인성적인 요소를 늘리고 싶어도 인성을 어떻게 측정할지, 학생 간의 우열을 어떻게 가릴지 노하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바람직한 대입전형을 운영하는 대학에 총 610억원을 지원한다. 인성평가를 성공적으로 도입하는 대학도 수혜 대상이다. 한석수 교육부 대학정책실장은 “인성평가를 위한 도구 개발에 나서는 대학이 늘고, 이들의 성과를 공유하면 대입에 빨리 정착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교육부는 초·중·고의 인성교육도 강화할 계획이다. 인성교육진흥법이 제시한 덕목(예·효·정직·책임·배려·협동)에 맞는 권장도서 목록과 인성교육 지도자료를 개발해 보급한다.

고교 모든 학기에 걸쳐 체육수업을 받을 수 있게 학교 스포츠클럽(전국 4500팀)을 늘리고, 초·중·고교에 연극단을 만들어주며, 학교 내 뮤지컬·예술동아리 운영도 지원한다.

천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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