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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디아 GDP 2050년 72조달러 미국 + 일본 1.7배 달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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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폴 케네디 교수가 12일 서울 쉐라톤 워커힐 호텔에서 ‘한국, 아시아 그리고 세계’를 주제로 특별 강연을 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미국의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세상이 언제까지나 미국 주도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역사학자로 유명한 폴 케네디 예일대 교수는 12일 앞으로는 아시아가 세계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매일경제신문이 주최하는 제6회 세계지식포럼에 참석해서다. 이번에 네 번째 방한한 케네디 교수는 '한국.아시아 그리고 세계'란 주제로 특별 강연을 한 뒤 별도로 기자회견을 했다.

폴 케네디 교수는 미국의 초강대국 지위를 위협하는 세력으로 중국과 인도를 꼽았다. 2050년 '친디아(Chindia)'의 경제력을 합치면 미국.일본을 합한 것의 1.7배가 된다는 것이다. 국제금융기관인 골드먼 삭스의 전망을 인용해 2050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44조5000억 달러, 인도는 27조8000억 달러로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미국은 35조2000억 달러, 일본은 6조7000억 달러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미국과 유럽은 산업혁명 직후인 1900년 세계총생산(GWP)의 80% 이상을 차지했으나 지난해엔 40% 미만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런 추세는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그는 단언했다.

케네디 교수는 "펜타곤(미 국방부)이 '중국이 항공모함을 만들 수 없다'며 중국의 군사력을 얕잡아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의 경제력이 커져 국방예산이 지금보다 4~5배 늘어나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래의 지역 분쟁 역시 중국이 직.간접으로 개입되는 형세를 띨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북한 ▶대만 ▶카슈미르 ▶중.인도 국경분쟁 ▶말라카 해협 ▶남중국해 ▶동중국해 ▶중.러시아 시베리아 국경분쟁 등을 거론했다.

그는 미국의 영향력이 장기적으로 쇠퇴할 것이란 자신의 기존 관점을 고수했다. "경제력이 군사력과 과학.기술 발전의 토대인데 미국은 쌍둥이(무역.재정) 적자 속에 무리한 팽창 전략을 계속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라크 전쟁과 허리케인 카트리나에서 미국은 자신의 취약점을 여지없이 드러냈다고 예시했다.

한국의 미래에 대해 케네디 교수는 "한국은 인구고령화와 출산율 저하 등으로 갖가지 분야에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이를 극복하려면 "연구개발(R&D)투자를 늘려 세계 시장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갖는 제품을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외교.군사적인 여건은 과거보다 안정적이라는 의견이었다. ▶중국은 경제발전에 바쁘고▶일본은 100년 전보다 영토 확장 야욕이 없으며▶미국은 북한 핵문제 해결에 전력하고▶러시아는 10년 뒤 제 목소리를 낼 국가이기 때문에 당분간 주변 4강끼리 부딪칠 변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은 네 마리의 코끼리에 둘러싸인 작은 동물과 같은 처지"라며 "한국은 유럽의 작은 나라인 벨기에가 영국.프랑스.독일 사이에서 어떻게 생존과 번영을 이뤘는지 배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남북.한미 관계와 통일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한.미 관계와 관련해 "미국이 핵개발 국가에 대해 강력한 제재 조치를 취하고 있는 만큼 한국은 남북 교류 확대를 통해 미국이 더 많은 걸 얻을 수 있음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측에 한국의 의견을 당당하게 밝히되 한.미 공조 관계를 잘 유지해야 한다는 얘기였다. 또 남북 통일을 위해선 "'통일 한국'이 이웃 나라를 놀라게 하거나 위협하지 않도록 정치.외교적인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 폴 케네디(60) 교수=역사학자이자 군사전략 전문가. 1983년부터 미국 예일대학에서 역사학과 국제관계학을 가르치고 있다. 87년 발간한 저서 '강대국의 흥망'에서 냉전 체제의 변화를 예언했다. 93년에 출간한 '21세기의 준비'에서는 미래의 환경파괴를 막기 위해 선진국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영국에서 태어나 영국 뉴캐슬 대학을 졸업하고 옥스퍼드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영국 왕립역사학회와 미국 역사학회.예술과학협회 회원이다. 그는 이날 "내년 6월께 '유엔의 미래'란 책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양수 기자<yaslee@joongang.co.kr>
사진=최정동 기자 <choij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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