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오를 때 어떻게 돈 굴릴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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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한국은행의 콜금리 전격 인상으로 금리 상승이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리 상승기를 맞아 투자자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잇단 금리 상승의 후폭풍이 주식과 채권.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주면 재테크 전략을 크게 수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주식에 높은 점수를 주면서, 부동산.채권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업 수익을 주목하라=금리 인상의 '숨겨진 뜻'을 먼저 살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한국은행 박승 총재는 11일 콜금리를 올리면서 "경기가 본격적으로 살아날 것에 대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소비가 늘고 수출도 잘 된다고 덧붙였다. 이재호 미래에셋증권 자산관리지원본부장은 "앞으로 기업들이 돈을 더 많이 벌게 된다는 의미"라며 "주가의 척도인 기업 수익이 늘면 증시의 투자 매력도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인상은 본래 증시엔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은행으로 돈이 몰리면서 주식이 푸대접 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11일 종합주가지수는 닷새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뒤 12일에는 조정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시장이 금리 인상을 '긴축'이 아닌 '정상화'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종목 선택과 관련해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위원은 "금리가 오르면서 성장률도 좋을 땐 금융.보험.자동차 관련주가 장을 주도한다"고 말했다.

다만 대신증권 성진경 연구원은 "지난해 8월과 11월에 콜금리가 두번 내리면서 주식시장으로 대규모 자금이 들어왔고, 특히 주식형 펀드 잔액은 1년간 9조4000억원(140%) 가량 늘었다"며 증시가 금리 인상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투자는=8.31 부동산대책과 금리 인상이 맞물려 시장에 나쁜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되는만큼 당분간 부동산투자는 차순위로 미루는 게 좋다는 지적이 많다. 삼성증권 김재언 부동산 컨설턴트는 "대출금을 부동산 가격의 30~40% 아래로 유지하는 게 좋다"며 "이 범위를 넘는 빚은 될수록 빨리 갚고, 새로 담보 대출을 받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주택자라면 상대적으로 대출금리가 싸게 책정될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 대출'(10월 말 시행 예정)을 활용할 만하다.

부동산뱅크의 양해근 리서치센터 실장은 "상가투자는 현재 수익률이 5~6% 정도인데 금리가 오르면 기대 수익률이 더 낮아진다"며 "경기회복 여부 등을 확인하고 돈을 넣는게 낫다"고 말했다.

부동산 펀드와 관련해 한국증권 박승훈 연구원은 "펀드의 90%는 건축 대금을 빌려주고 수익을 올리는 방식인데 시장이 위축되면 분양하기가 힘들 수밖에 없다"며 "펀드 수익률도 연 6~7% 수준이어서 은행 예금이 꾸준히 오르면 투자 매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투자는 보수적으로=금리가 오르면 채권 수익률이 따라 오르면서 채권값은 떨어지기 때문에 그만큼 손해다. 외환은행 박윤옥 PB팀장은 "안정성을 선호해 채권 관련 상품에 돈을 많이 넣었더라도 금리 상승기엔 역효과가 날 수 있으니 투자 비중 등을 점검하는 게 좋다"고 권했다.

우리투자증권 전용기 연구원은 "채권형 펀드는 일단 만기까지 가면 원하는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며 "중간에 평가손이 났다고 서둘러 환매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신규 투자자라면 현재 금리가 올랐기 때문에(채권값 하락) 앞으로 수익을 올릴 기회가 많아진 셈"이라며 신용 등급이 BBB 이상인 회사채 등에 관심을 가질만하다고 권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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