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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 잡아먹은 어미 호랑이

중앙일보

입력

 

부산 더파크 동물원에서 멸종위기종인 시베리아 호랑이 어미가 새끼를 잡아먹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해 12월10일 오전 부산시 부산진구 초읍동 더파크 동물원. 직원으로부터 “어미 호랑이가 새끼를 잡아먹었다”는 연락을 받은 안동수 본부장이 급히 현장을 찾았을 때는 이미 어미 호랑이 용순(3)의 입주변에는 피가 묻어 있었다. 어미 젖을 물고 있어야 할 20여일 된 새끼는 사라지고 없었다. 안 본부장은 “정황을 봤을 때 어미가 새끼를 잡아먹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어미가 옆 우리의 수컷 호랑이와 교감하면서 우리를 넘어가려고 시도했는데, 뜻대로 안되자 스트레스를 받아 일을 벌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더파크 측은 지난해 11월 용순이가 새끼를 낳자 다른 호랑이와 격리해 별도의 우리에 뒀다. 새끼에게 어미 젖을 물리기 위해서다. 용순의 방과 20m 떨어진 우리에는 수컷 호랑이가 살고 있었다. 우리는 철창살로 둘러싸여 있어 서로를 볼 수 있는 상태였다. 용순은 새끼를 낳은 후에도 반대편 우리의 수컷과 교감하며 우리를 넘으려는 시도를 했다고 더파크 측은 설명했다. 현재 더파크에는 시베리아 호랑이 6마리가 있다. 이 동물원은 지난해 4월 개장했다.

새끼가 죽은 사실을 뒤늦게 안 낙동강유역환경청은 22일 더파크 측에 진상보고서를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환경청 관계자는 “신고의무 위반이지만 해당 법률이 오는 7월까지 유예기간이라 법적으로 처벌할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부산=차상은 기자 chazz@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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