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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국민, 「보수화」를 택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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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일본의 26일 참의원선거는「나까소네」정권발족이래 처음 실시된 국회의원 선거인만큼 「나까소네」정권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라는 점에서 국내외의 관심과 주목을 끌어왔다. 따라서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이 기존 의석을 상회하는 안정다수를 확보, 숭리를 거두었다는 것은「나까소네」정권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나까소네」수상은 작년말 취임이래 군비증강, 현 서방동맹 외교노선을 선명히 해왔으며 일본국내 일부에서는 이 같은「나까소네」수상의 우경화노선에 비판과 우려를 표시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나까소네」정권이 승리한 것은 일본국내에서 보수화기반이 정착되고 있음을 반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자민당 내에서는 당초 투표율이 떨어지면 자민당에 유리할 것으로 보고 국민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중의원해산, 중·참의원 동시선거를 실시해야한다는 의견이 「다나까」파를 중심으로 강력히 제기됐었다.
예상대로 57%라는 사상최저의 투표율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자민당이 승리했다는 것은 보수화 경향과 함께 일본국민들이 현실을 긍정하고 「나까소네」의 정책에 큰불만이 없음을 나타내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번 선거를 개기로 「나까소네」수상은 더욱 발언권을 높이고 기존정책을 보다 과감하게 추진해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결과에 대해 또 한가지 관심을 끄는 것은 집권 자민당 내 파벌 세력의 변화다.
당 간사장 등 당내 요직을 독점하다시피 하고있는 「다나까」파는 이번 비례대표후보 및 지역구후보 추천에서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 특히 30명의 비례대표 명단 중11명의 자파후보를 모두 당선권 안에 드는 20순위 이내로 밀어 넣었다.
나머지 파벌은「후꾸다」파가 4명,「스즈끼」파와 「고오모또」파가 각2명, 「나까소네」파가 1명, 무파벌 10명의 분포로 돼 있다. 지역구에서「다나까」파가 참의원의장으로 내정했던 「고오리」 현 의원이 낙선하긴 했어도「다나까」파의 독주로, 파벌별 당선예상자수(시사통신조사)는「다나까」파가 비례11명·지역15명 합계26명으로 선거전에 비해 6명 정도가 늘고 같은 주류인「스즈끼」파도 비례에서 2명·지역에서 14명 합계16명으로 3명 정도를 늘릴 전망이다.
집권파벌인「나까소네」파도 비례1명·지역5명으로 전체숫자는 적으나 역시3명 정도 수를 늘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후보추천에서부터 찬물을 마시고있는 비주류는 세력이 크게 줄어「후꾸다」파는 비례3명·지역8명 등 모두 11명 정도로, 4명이 감소하고 「고오모또」파도 비례l명·지역6명으로 선거전보다 2명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선거결과가 앞으로의 일본정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는 속단하기 어려우나 자민당이 예상대로 압승함으로써 「나까소네」정권의 기반이 굳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내 최대 파벌인「다나까」파는 중의원해산요구를 거부한 「나까소네」수상을 내심 괘씸하게 생각하고 있으나 「나까소네」수상 이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만큼 이번 선거에서 세력을 더욱 신장한다해도 「나까소네」와 적당한 선에서 타협해 나가는 종래의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관측통들은 보고있다.
그보다 앞으로의 정국전개에서는 반「다나까」색채가 농후한 「미야자와」(궁택희일) 전관방장관을 사실상 영수로 맞아들인「스즈끼」파의 동향이 중요한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이며「나까소네」수상은 「다나까」파와「스즈끼」파 사이의 줄타기에 자신의 정권의 운명을 걸게 될 것 같다.
이번 선거의 특징 중 하나는 정당제를 강화한 선거법 개정에 따라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것. 일본의 참의원 선거제는 임기6년의 의원 (정수2백52명)을 3년마다 2분의l씩 개선(1백26명)하되 종래에는 그중 50명을 전국구에서, 나머지 76명은 지역구에서 각각 개별 후보에 대한 투표를 통해 선출하던 것을 이번 선거부터 전국구의원 50명에 대해서만은 개별후보가 아닌 정당별 구속 명부식 비례대표제로 선출토록 했다.
비례대표선거에 후보를 낼 수 있는 정당은 ①5명 이상의 국회의원을 거느리거나 ②최근의 전국선거에서 4%이상 득표한 정당 ③이번 참의원선거에 10명 이상의 후보를 낸 정당 등 3가지 요건 중 어느 하나에 해당돼야한다.
이 때문에 무소속으로 출마할 길이 막힌 인사들이 정당을 급조하는 사태가 생겨 비례선거에 등록한 정당수는 6개의 기존정당을 포함해 모두 18개에 달했다.
이렇게 급조된 정당 중에는 잡민당·샐러리맨신당·복지당·교육당·전중각형 (전수상)을 정계에서 추방하는 승수련 등 기발한 이름의 단체들이 선거대열에 참여했다.
이들 미니신당 중에서는 복지당과 샐러리맨당이 선전, 비례대표에선 각각 1석을 차지한 것이 주목된다. 【동경=신성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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