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후유증」을 고친다|덴마크에「국제고문피해자 치료센터」설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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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고문이나 가혹한 행위로 고통을 당한 뒤의 정신적 후유증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는「환자」들이 다시 인간다운 생활을 가질 수 있도록 치료하는「국제고문피해자 치료연구센터」(RCT)가 덴마크의 코펜하겐에서 설립돼 운영되고 있다.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됐다는 고문행위는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이 계속되고 있지만 어느나라든지 공식발표에 따르면 고문행위는 전혀 없는 것으로 돼있다.
그러나 국제적인 인권옹호기관인 앱네스티 인터내셔널(국제사면위)의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도「조직적」으로 고문행위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정치범」은 l백만명 가량 될 것이라는게 국제사면위의 추산이다.
고문피해자들의 정신적 육체적「질환」에 대해 의학적으로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된 것은 70년대 중반부터 국제사면위에 의해서였다.
국제사면위의 이런 캠페인에 관심을 갖고 코펜하겐대학병원에 설치된 RCT에는 현재 20여명의 의사·심리학자·사회학자 등이 세계각국에서 온 고문피해자들에 대한 치료와 그 방법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RCT의 치료연구결과로는 고문피해자들에게 나타나는 가장 일반적인 증상은 심리적 불안상태다. 공포증과 심리적 위축상태는 물론 정신착란증이라든가 기억상실증에 걸린 경우가 많다.
피해자들은 늘 또다시 고문을 받게 되리라는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두통으로 괴로와하고 성생활도 큰 장애를 받는다.
이런 증세는 고문을 당한지 15년이 지나서도 계속 나타나고 있다고 RCT가 지난2년간 치료 연구한 결과를 토대로 밝히고 있다.
이런 환자들을 상대로 하는 치료는 간단치가 않다. 잘못 치료하다가는 오히려 역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밝은 전등불빛만 보아도 겁을 먹고 문이 닫힌 방에 있기를 싫어하고 앉아서 오래 대기하도록 할 경우와 심지어 병원에서 혈압검사를 하려해도 공포심을 나타낸다.
그러나 자신이 겪었던 고통의 과정을 치료팀에게 모두 털어놓을 수 있게된 환자들 거의가 홀가분한 기분을 느끼게 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렇게 되기까지의 치료기간은 보통 3∼4개월 걸린다. 물론 4개월간 치료를 받고도 다시 옛날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지금까지 RCT에서 치료받고 정상생활을 할 수 있게된 고문피해자들은 30명 정도로 거의 모두가 남미와 아프리카 사람들이다.
RCT는 앞으로는 1년에 l백명 가량의 고문피해자를 치료할 계획을 갖고있으나 계속 증가추세에 있는「환자」들의 숫자에 비하면 현재의 시설과 인력으로는 모두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백명의 피해자를 치료하고 RCT를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은 1년에 2백50만달러 정도로 추산되고 있는데 덴마크정부와 사회단체의 보조 및 기부금만으로는 모자라는 형편이다. 그래서 유엔이나 각의 경부와 단체들로부터의 재정적인 뒷받침이 있기를 RCT는 기대하고 있다.【본=김동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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