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세상 싫다, IS 가입 방법 알려달라" … 빗나간 김군 팔로어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지난 10일 터키 킬리스에서 실종된 김모(18)군 사건을 계기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국제테러조직인 ‘이슬람국가(IS)’ 가입 방법이나 조직원과의 접선 방식 등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김군 모방 신드롬’으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20일 오전 70명 수준이었던 김군의 트위터 팔로어는 하루 만에 다섯 배 넘게 늘어나 370명을 넘어섰다. 김군의 팔로어들 중 일부는 김군이 접촉했던 IS 측 인사들을 찾아내 직접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mic****’ 계정을 쓰는 한 한국인은 “IS의 일원이 되고 싶으니 가입하는 법을 알려달라”는 내용을 IS 측 인사에게 보냈다. 그러자 이 인사는 “기도를 멈추지 말라”는 답을 보냈 다. ‘inshalla****’ 계정을 쓰는 한국인은 “나는 16세 한국 남성이다. 세상이 싫다. 행동하길 원하는데 방법을 모르겠다”고 김군과 접촉한 IS 인사에게 아랍어로 된 메시지를 남겼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영웅이 되고 싶고, 비판력이 약한 청소년들이 IS 가입을 자아실현의 방편으로 이용할 수 있다”며 “만약 김군이 IS의 홍보에 이용된다면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실 생활에 불만이 많은 일부 청소년이 IS에 포섭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IS는 납치된 사람들을 참수하는 등 만행을 일삼는 과격단체지만 SNS에서는 자신들의 공동체를 ‘지상낙원’으로 그리고 있다. 집과 전기요금, 식료품 등이 공짜라고 선전한다. 한 중동지역 전문가는 “IS에서 탈출한 사람들은 그런 게 사실이 아니라고 증언한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를 겨냥해 게임 등을 활용한 홍보 동영상을 제작·배포하는 것도 IS의 특징 중 하나다. 우리 국민이 IS에 가입할 경우 처벌할 법 조항도 마땅치 않다. 박대우 호서대 벤처대학원 교수는 “사이버안보법 제정 등을 통해 사이트 접속을 차단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22일 통신심의소위원회를 열어 IS 관련 글을 차단하는 내용의 안건을 긴급 상정할 계획이다.

  경찰은 여러 가지 정황을 종합해 김군이 테러단체인 IS 가입차 자발적으로 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잠정 결론 내렸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21일 “김군이 IS에 많은 관심을 나타낸 다수의 자료가 확인됐다”며 “다만 (IS) 가담 여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경찰 수사 결과 김군은 지난해 3월 11일 페이스북 ‘Join Islamic state(IS에 합류하라)’ 페이지에 가입 방식을 문의하는 글을 남겼다. 지난 1년간 김군의 인터넷 검색기록을 확인했더니 총 3020건 중 517건이 IS·터키 등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컴퓨터 파일을 복원한 결과 IS 관련 사진들도 47점 더 나왔다. 트위터로 IS와 접촉한 건 같은 해 10월부터였다. 이후 김군은 ‘hab***’ 계정을 쓰는 IS 측 인사와 110여 건의 트윗을 주고받았다. 터키 여행을 떠나기 전날인 지난 7일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난 이 나라와 가족을 떠나고 단지 새로운 삶을 살고 싶다’는 글을 마지막으로 남겼다.

채승기·조혜경·유명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