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토론마당] 진보에도 보수있고, 보수에도 진보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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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어느 한 가지의 기준과 잣대로만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을, 중학생 또는 고등학생이 되신 여러분들이라면 충분히 알고 있을 것이다. 흔히 이러한 것을 '상대적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 또는 '한 문화의 맥락과 상황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하는데, 고등학생 분들 중 사회문화 과목을 배우신 분들이라면 이러한 접근 태도를 '상대적 태도' 또는 '개방적 태도'라고 배웠을 것이다. 그렇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상대적 가치관이 작용하는 세상이다. 어느 절대적 가치관이 존재하고 지배하는 세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가장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생명'에 관해서 부터 벌써 그렇다. 근대 사회에서 그렇게 칸트 선생님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강조했던 '인간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해야 한다' '어떤 경우에 있어서도 생명을 빼앗는 일은 절대 금물이다'라는 정언 명령은 현대 사회에서도 역시 인간의 존엄성을 나타내는 말로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안락사'에 대한 논쟁이 분분한 것을 보면 인간의 '생명'이라는 것이 예전만큼 절대적으로 취급되고 있지많은 않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정치, 경제, 사상에 관해서도 역시 이러한 상대적 태도가 적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보자. 케인즈의 출현 이후로 '수정 자본주의'가 '자유 방임주의'를 누르고, 여러 나라의 경제 정책의 기본적 토대가 되었다. 하지만 '정부 실패' 로 인해 현대에는 '신자유주의'가 거론되는 추세이다. 한때는 진보적인 사상이었던 것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보수적인 것으로 변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진보, 보수라는 것은 명확하게 구별될 수 있는 것일까?

여기서 쉽게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필자는 예전에 리플을 달아주신 분들로 인해 깨닫게 되었다. 필자도 진보, 중도, 보수라는 것이 명확하게, 절대적인 기준으로 나누어질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사실은 결코 그렇지 않다. 진보당이라 해서 진보적 입장을 견지하는 것만은 아니며, 보수당이라 해서 보수적 입장만 취하는 것은 아닌 것이다. 진보당도 보수적 의견을 주장할 수 있으며, 보수당 역시 진보적 의견을 주장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지금 우리가 말하는 진보당, 보수당이라는 것이 그 당이 대체로 취하고 있는 정치적 태도를 편하게 판단하기 위해서 사용되는 것이지, 결코 그 당의 전체적 특성을 나타내기 때문에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은, 결코 수능시험만 잘 치고 버려도 되는 그런 것이 아니다. 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나름대로 필요한 것들이며, 특히 개인의 가치관과 판단 잣대를 세우는 데 밑거름이 되는 것들이다. 앞으로 진보, 보수라는 색안경을 쓰고 여러 당들을 바라 볼 것이 아니라, '미시적 관점'으로 '그 당의 주장하는 바'와 '특정 정책에 관한 그 당의 태도'를 면밀히 분석하여 그에 따라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도록 하자. 무조건 보수당이나 진보당이라 해서 반대하는 일은 없도록 하자. [창원남고등학교 3학년 신재훈]

(이 글은 인터넷 중앙일보 틴틴토론마당 학생 논객의 주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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