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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화노선」등 체제 정비|중공 6기전인대 요직인선이 뜻하는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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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중공은 18일 열린 제6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제1차 회의에서 국가 주석직을 포함한 국가지도부의 인선을 모두 끝냄으로써 근대화 작업추진을 위한 채제정비를 마무리했다. 78년의 제3중전회에서 근대화노선을 채택한 이래 중공은 그 동안 일관해서 새로운 사회주의 국가건설·문혁부정·기구제도의 개혁·개방 정책 등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작년 말의 신 헌법 채택, 그리고 신 헌법 하에서 새로 구성된 인민대표대회에 의한 이번 지도부의 선출이 있기까지 아직 모택동 이후의 과도적 단계를 완전히 벗어났다고는 할 수 없었다. 이런 뜻에서 새로운 지도체제의 출범은 과도기 채제에 대한 결별과 2천 년대를 향한 새로운 출발을 뜻한다고 할 수 있다.
새로 구성된 중공지도체제의 특징은 우선 권력과 지위의 개인에 대한 집중을 배제한 점이라고 할 수 있다. 18일 대회에서 국가주석에 이선념, 수상에 조자양, 전인대상무위원장에 팽진, 국가 중앙군사위 주석에 등소평을 선출함으로써 작년에 선출된 호요방당총서기 및 하루 앞서 선출 된 등영초 정치협상회의 주석을 포함, 중공은 형식상 6두 체제를 갖추게 됐다. 이 같은 체체 아래 당은 호요방, 국가대표는 이선념, 행정은 조자양, 군사는 등소평, 국회는 팽진, 통일전선은 등영초 라는 형태로 기능분담이 이루어졌다.
이번 인사에서 등소평은 국가주석의 지위를 스스로 사양하고 신설된 국가군사의주석이라는 실권 있는 자리를 택했다.
그러나 형식적인 체제나 기능분담, 혹은 그가 차지한 자리가 어떻든 실질적으로 호요방 당 총서기, 조자양 수상을 심복으로 거느리고 그 동안 개혁을 추진해온 등소평이 중공 최고의 실력자라는 사실에 변함이 없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등소평은 당 군사위 주석과 함께 이번에 다시 국가군사위주석을 겸임함으로써 군 통수권을 한 손에 장악했다.
『총에서 성전이 탄생한다』는 이론이 적용되는 중공에서 군 권을 장악하고 있다는 것은 바로 최고실력자임을 입증하는 것이다.
더우기 이번에 섭검영의 후임으로 가장 가까운 측근인 팽진을 앉힘으로써 등소평의 지도체제는 더욱 강화됐다는 것이 중공전문가들의 일치된 평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자신에게 돌아온 국가주석이라는 명예직을 사양한 것은 모택동 만년의「독단전횡」을 비판해 온데서 불가피한 귀결이었다고 할 수 있다.
새 지도부가 국가기능의 경직을 피하고 집단지도체제의 형태를 취한 것도 이 같은 사실과 맥락을 같이하는 것이다.
국가 주석제 폐지이래 전인대 상무위원장이 국가원수로서의 기능을 갖고 있던 것을 국가 주석직을 부활시키고 국가주석의 권한 중에서 가장 중요한 군 통수권을 분리, 독립시킨 것도 같은 취지의 일환이라고 해석된다.
새로 탄생한 지도부의 또 하나의 특징은 모두가 적극적인 근대화 추진론 자라는 점이다.
새로 국가주석에 선출된 이선념은 중공의 경제통으로 적극적인 경제건설주창자다.
전인대상무위원장 팽진은 신 헌법제정의 주역으로 사람에 의한 지배를 비판하고 법치주의를 강조해온 사람이다.
그런 만큼 현 지도그룹의 등장은 현재의 중공노선을 장기적으로 안정성 있게 추진해나가는 한편 집단 지도 체채의 안정성을 내외에 보증하고있다는 의미를 지니고있다.
새 지도체제에 대해 또 한가지 지적할 수 있는 것은 같은 목표를 지향하면서도 잡다한 인맥을 안배하고있으며 특히 구주은내계의 등장이 두드러진 다는 점이다.
새 지도부의 인맥은 쉽게 나누어 ⓛ등소평-호요방계 ②이선념을 중심으로 하는 주은내계 ③팽진을 중심한 구류소기계 등 셋으로 나누어진다.
이처럼 각기 다른 인맥을 안배한 것은 균형을 취함으로써 내무의 안정과 단결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주은내계인 이선념을 상징적이기는 하나 국가주석에 앉히고 주은내의 미망인 등영초를 정치협상회의주석으로 지명한 것은 현 지도부의 정책핵심을 이루는 4개 근대화정책의 원래제창자가 주은내였다는 점에서 정책의 연속성과 안정을 위해이 그룹의 협력이 필요했음을 반증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새 지도부에 문제점이 없는 것이 아니다.
첫째는 실력자와 지위의 괴리라는 부자연스런 상태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겠느냐는 점이다.
등소평은 작년에 당 총서기의 자리를 호요방에게 양보하고 금년에 다시 국가 주석직을 이선념에게 양보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문혁의 악몽을 잊으려는 노력의 일단이며 언제까지 현재와 같은 권한분담 방식이 앞으로도 계속 유지된다는 제도적인 보증은 아무 데도 없다.
또 한가지문제는 지도부를 젊은 층으로 교체한다는 목표가 좌절된 점이다.
당·국가의 최고지도자 6명중 68세의 호요방, 재세의 조자양을 제외하면 나머지 대부분이 80세 전후의 고령이며 6명의 평균연령은 74세다.
각료급 이상의 은퇴연령을65세로 정하고 있는 중공의 신 지도부가 은퇴연령을 10세나 웃돌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결과를 가져온 것은 안정·단결을 위한 파벌안배 등으로 인한 불가피한 결과였다고는 하지만 하나의 약점이 되고 있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동경=신성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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