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39년 만의 좌·우 대연정] "논리정연하지만 카리스마 없는 게 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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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독의 마지막 총리였던 로타어 데메지에르의 기억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앙겔라 메르켈의 인상이다. 데메지에르 전 총리는 1990년 무명의 메르켈을 정부 대변인에 전격 발탁해 정계와 인연을 맺어줬다. 뿐만 아니라 그는 '통일 재상'인 헬무트 콜 전 총리에게 그를 소개해줘 메르켈에겐 은인이나 다름없다. 다음은 데메지에르와의 인터뷰 일문일답.

-메르켈을 대변인으로 발탁한 이유는.

"당시 정부 대변인실을 신설하면서 여러 후보를 놓고 저울질을 했다. 그중 메르켈이 단연 돋보였다. 복잡한 정치 현안을 쉽게 설명하는 능력이 있다. 뚝심 있게 밀고 나가는 추진력도 갖췄다."

-콜 전 총리에게 추천한 이유는.

'90년 12월 통일 후 첫 총선에서 승리한 콜은 부드러운 이미지의 대변인을 찾고 있었다. 메르켈은 동독 출신에다 여성이다. 콜이 찾던 조건에 더 이상 적합한 후보는 없었다. 그러나 메르켈이 배경만 갖고 출세한 것은 아니다. 능력도 있었다. 메르켈은 환경장관 시절 탁월한 업무 수행 능력을 보여줬다. 기후변화 협약인 교토의정서는 메르켈 덕분에 합의가 됐다. 과학자 출신이었기에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메르켈의 단점은 무엇인가.

"카리스마가 없다는 점이다. 또 자신을 잘 표현할 줄 모른다. 메르켈은 감정에 호소해 선동하는 정치를 하지 않는다. 매우 합리적이라 비정치적이라는 말도 듣는다. 7월에 만났을 때 그래서 조언을 해줬다. 유권자들이 그럴 듯하게 믿을 수 있는 발언을 해달라고."

베를린=유권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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