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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3’ 슛 본능 살려줘야 프로농구 관중 돌아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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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프로농구 서울 SK 문경은(40·사진) 감독이 ‘슈터 양성 및 발굴’의 전도사로 나섰다. 좀처럼 인기가 살아나지 않고 있는 프로농구에 불을 지필 카드로 슈터 위주의 농구를 적극 추천하고 있다. 이른바 ‘3번 농구’다.

 농구에서는 포지션을 숫자로 표현한다. 리딩가드와 슈팅가드가 1·2번, 스몰포워드와 파워포워드가 3·4번, 센터가 5번이다. 3번은 중간자다. 경기 흐름을 이끌어가는 가드와 골밑을 지키는 센터의 역할을 조금씩 나눠 맡는다. 주 임무는 슈팅. 찬스 때 적극적으로 슛을 쏴 득점을 쌓는 것이다. ‘3번 농구’는 슈터가 팀의 주 득점원 역할을 맡아 공방전을 이끌어가는 형태다.

 최근 프로농구에서 3번의 움직임은 본래 역할과 많이 달라졌다. 외국인 선수 의존도가 높아 공격의 비중이 줄고 수비 가담이 늘었다. 득점 성공률이 높은 골밑으로 볼이 집중돼 슈터가 활약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문 감독은 “키 크고 슛도 던지고 수비도 되는 ‘마당쇠형 3번’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우리 팀 박상오(34·1m96cm)나 동부의 윤호영(31·1m97cm), kt의 송영진(37·1m98cm) 등”이라며 “요즘 같으면 나라도 과거의 문경은 같은 슈터를 쓸 수 없다. 골밑에 주면 확실히 2점을 따내는데 왜 볼을 외곽으로 빼겠는가”고 한탄했다.

 문 감독이 슈터 부재에 대해 고민을 시작한 건 한국 농구 슈터 계보를 이룬 대선배들과 함께 중앙일보 인터뷰<중앙일보 1월 12일자 30면> 를 한 이후다. 신동파(71) 전 대한농구협회 부회장, 이충희(56) 전 동부 감독과 대화하면서 믿을 만한 외곽슈터가 사라진 한국 농구의 문제점을 확인했고 지도자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감을 느꼈다.

 문 감독은 19일 안양 KGC와의 경기를 앞두고도 슈터 부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프로농구연맹의 목표대로 팀 평균득점이 80점 이상이 되려면 ‘3번’이 꾸준히 20점 정도를 넣어야 한다. 문경은·김영만(43·동부 감독)·우지원(42·해설위원)·추승균(41·KCC 코치) 등 3번이 주 득점원을 맡았던 시절이 한국 농구의 전성기였다”며 “외국인 선수들이 4·5번 포지션에서 다득점을 주도하는 환경에서는 슈터의 씨가 마를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대로 된 3번’이 사라지면서 나타난 또 하나의 부작용은 포지션별 역할 변형이다. 문 감독은 “3번의 득점력이 떨어지자 다른 포지션에서도 역할 파괴가 일어난다”면서 “우리 팀 리딩가드인 김선형도 전통적인 관점에서의 1번(포인트가드)이 아니다. 굳이 분류하자면 슈팅가드의 역할이 가미된 1.2번이라 할 수 있다. 요즘 최고의 슈터인 조성민(kt)도 엄밀히 말하면 3번이 아닌 2.2번에 가까운 선수”라고 말했다.

 한편 창원 LG는 20일 경기도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고양 오리온스와의 원정경기를 90-79로 이겼다. LG 김종규는 한 경기 개인 최다 득점(27점)과 리바운드 10개를 잡아내며 ‘더블더블’을 기록했다. 새해 열린 6경기를 모두 이겨 18승20패가 된 LG는 6위 kt(18승19패)를 반 경기 차로 추격했다. 4위 오리온스(20승18패)는 5위 인천 전자랜드(19승18패)에 반 경기 차로 쫓겼다.

송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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