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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농촌 살리기 산역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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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제2가나안농군학교'(교장 김범일)가 개교 30주년을 맞았다.

가나안농군학교는 지난 시절 농촌 활성화의 대표적 교육기관으로 평가받아 왔고, 국내는 물론 아시아의 빈곤 퇴치를 위해 해외로 그 영역을 넓히는 등 세계 속의 농촌학교로 명성을 얻고 있다.

그래서 강원도 원주시 신림면의 제2가나안학교에서 14, 15일 이틀간 열리는 개교 기념행사에는 잠롱 前 태국 방콕시장 등 아시아 각국에서 활동하는 농촌 지도자들이 대거 참석할 정도다.

◆아시아 농촌교육의 대부=가나안농군학교는 설립자인 김용기 장로가 복받은 백성이란 뜻의 '복민사상'을 바탕으로 농촌 빈곤 퇴치의 꿈을 갖고 1962년 경기도 광주, 73년 강원도 원주에 설립한 특수학교다.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는 생활신조와 '산다는 것은 일하는 것이며 일하는 것이 곧 사는 것'이란 교육이념을 바탕으로 근로와 봉사 희생을 가르치는 교육프로그램은 농민들 뿐 아니라 정치.종교.사회.교육계에도 영향을 미처 각계 각층의 교육생들이 가나안학교를 찾았다.

제2가나안농군학교는 광주의 제1농군학교 출신에게서 기증받은 부지에 강의실과 숙소를 만들고, 농사를 지으면서 농민과 지도자를 대상으로 잘 사는 농촌건설을 위한 교육사업을 시작했다.

이 곳를 거쳐간 교육생은 33만명을 넘어설 정도로 국민교육의 장(場)이 됐다.

강원도농업기술원 석현용 원장은 "가나안학교는 우리나라 농촌 근대화에 선도적 역할을 했다"며 "우리나라 자생적인 농촌운동으로 평가받을 만 하다"고 말했다.

제2가나안농군학교는 83년 미국인 1명을 시작으로 86년 네팔 청소년 4명과 청소년 36명이 입교하면서 외국인들과도 인연을 맺었다. 92년엔 '외국인 특별 교육과정'이 설치돼 같은 해 태국의 잠롱 前 방콕시장과 50여명의 사회 지도자들이 이 곳을 찾았다.

이후 캄보디아.필리핀.미얀마 등의 지도자 및 한국주재 대사등이 잇따라 방문해 가나안농군학교의 정신 및 농업교육을 받고 돌아가 본국에서 농촌운동을 벌이고 있다.

또 아시아 빈곤 퇴치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기 위해 89년 방글라데시 찔마리가나안농군학교 시작으로 해외 현지에 농군학교를 설립하고 있다. 97년 필리핀가나안농군학교와 올 1월 미얀마농군학교를 세운 데 이어 이어 중국 지린(吉林)성 왕칭(汪淸)현에도 농군학교 기공식을 가졌다.

팔레스타인.인도네시아.라오스.우즈베키스탄.인도 등에도 현지 농군학교 설립이 추진 중이다. 특히 왕칭현 농군학교는 북한의 농촌개혁을 위한 활동까지 맡을 계획이다.

◆시대 변화를 따르는 인성교육의 장=제2가나안농군학교는 앞으로 사회발전 및 변화에 따라 학교 교육철학도 국내는 '잘살기가 아닌 바르게 사는 교육'과 '자연보호와 공동체을 일깨우는 교육'등으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가나안학교는 21세기 정보화시대를 맞아 60~70년대 계몽시대와는 달리 각국의 지도자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있는 교육시스템을 개발하고, 가난에 시달리는 아시아 및 세계 각국을 대상으로 빈곤 퇴치를 위한 교육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가나안학교가 국제연합(UN)에 시민단체로 등록하는 등의 방안도 모색중이다.

그럼에도 언제 어디서나 변할 수 없는 가나안농군학교의 특별한 교육철학은 그대로 유지된다. 오전 5시 기상에 식사 때 밥알을 한톨도 남기지 말아야 하며, 치약은 3㎜만 짜 써야하는 등 근면과 절약 운동이다. 근면과 절약만이 잘 살 수 있는 올바른 방법이고, 이웃과 나눌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김기열 원주시장은 "제2가나안농군학교가 원주에 자리잡으면서지역 농촌마을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며 "대학생 연합 해외봉사 프로그램에 지방자치단체도 참여하는 등 변화를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교 30주년 기념행사=30년의 발자취를 더듬어 보고 앞날의 발전을 기원하는 조촐한 행사가 열린다. 첫날인 14일 가나안 가족 만남의 날에는 아시아 각국 농군학교 관계자, 농군학교 초기 봉사원 및 목회자 등이 참가한 가운데 초대 교장인 김용기 장로 관련 특강이 열렸다.

또 아시아 각 지역 가나안학교의 해외 학교 개척 보고회 등도 진행된다. 15일에는 농림부 관계자와 원주지역 각계 인사가 참여한 가운데 개교 30주년 기념 예배가 열린다. 행사에 참여한 이들에게는 병에 담긴 가나안흙을 선물한다.

원주=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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