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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은 TV와도 공존할 수가 있다"|유선TV 함께 경영, 상호보완|시대변천에 잘 적응하면 활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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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언론에 관한 중요한 국제회의로는 유네스코의 잦은 모임, 그리고 국제신문발행인연맹(FIEJ)과 국제신문협회(IPI)의 연례회의를 들수가 있겠다.
이들 3개의 기구가 활동의 주요목표랄까, 우선순위를 서로 달리하고 있음은 말할것도 없다.
우선 유네스코는 제3세계가 그 구성원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특성을 반영하여 언론자유일반의 신장보다는 강대국의 통신과 신문·방송에 의한 정보의 독점과, 그런 현상에서 필연적으로 빚어지는 이른바 「언론식민지주의」에 대한 반대를 무엇보다도 강조한다.
유네스코가 새국제정보질서(NIIO)를 제창하면서 선진·강대국들의 시각이 아니라 제3세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뉴스의 공급을 실현하자고 하는것도 언론의 무대에서 펼지는 남북대결이라고 할만한 것이다.
반면에 국제신문협회는 주로 자유주의적인 전통에 바탕을 둔 언론자유를 지키는것을 이상으로 내걸고 구미적인 기준에서 보는 언론자유가 탄압되는 나라를 규탄하는 성명을 빈번하게 발표하고있다.
새국제정보질서를 제창하는 유네스코가 언론의 기능과 언론자유를 개발도상국들의 현실에 맞는 「개발언론」같은 개념으로 정의를 바꾸려고 하는 사실을 전제하면 「개발언론」이라는것은 정부에 의한 언론의 통제와 탄압을 정당화할뿐이라고 주장하는 전통적인 자유주의언론관에 서있는 국제신문협회와는 입장이 대립되는것이 분명하다.
그런 틈새에서 편집인들보다는 발행인들의 모임인 국제신문발행인 연맹은 한편으로는 자유언론의 기능을 지키면서 다튼 한편으로는 전파미디어의 도전 내지는 시장침투로부터 신문이라는 인쇄미디어를 어떻게 보호하고 성장시켜야 할것인가에 최대의 관심을 쏟고있다.
과거의 회의때와 마찬가지로 지난5월24일부터 28일까지 런던서열린 제36차 FIEJ총회 토론의 주제도 소극적으로는 전파미디어쪽으로 쏠리는 독자와 광고를 붙들고, 적극적으로는 전파미디어의 기술을 부분적으로 도입하여 신문의 기능과 기업성을 살리는 방안에 집중되었다.
주제발표에 나서거나 토론에 참가한 대표들의 대부분이 전파미디어의 도전앞에 신문이 위축되는 현실을 현실로 받아들여 회의장분위기는 침울하기까지했다고 할만하다.
그러나 과거에는 텔리비전의 압도적인 우세에 신문이 독자와 광고를 앉아서 뺏기는 현실이 문제로 제기되는데 그쳤던 것에 비하여 이번 런던총회에서는 텔리비전때문에 신문이 죽거나 결정적으로 위축된다고 하는 것은 「신화」라고 주장하는 낙관론이 등장하여 토론은 활기를 띠었다.
미국의 뉴멕시코주에서 멕시코레저라는 지방신문을 경영하는 「로버트·화이트」씨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소개한 신문의 생존방법은 신문이 유선방송을 동시에 소유하여 지역사회의 소식을 신문이 배달되기 전이나 후에 속보로 전하는것이다.
인구 1만2천명의 작은도시에서 발행부수 l만2천5백부를 가진 멕시코 레저지는 통신(AP)에서 들어오는 뉴스를 유선 텔리비전의 스크린을 통해 내보내 놓고는 거기에 관한 배경설명, 방송에 등장하는 스타들에 관한 얘기를 자세히 소개한다는 것이다.
텔리비전이 신문을, 신문은 텔리비전을 선전하는것은 말할것도 없다.
「화이트」씨의 설명에 따르면 뉴욕주 롱아일랜드에서 발간되는 미국최대의 석간신문인 뉴스데이지는 지난5월1일부터 무려 19만가구를 상대로하는 유선텔리비전으로 신문의 뉴스를 전하는 실험에 착수했다.
이 실험을 배후에서 주관하는 것은 로스앤젤레스타임즈인데 이신문은 로스앤젤레스라는 대도시에서 3백가구에 텔리비전 스크린으로 뉴스를 공급하는 비디오 텍스트실험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현상은 인쇄미디어와 전파미디어의 제휴를 통한 신문의 생존방법이라고 하겠는데 일본대표의 발표를보면 일본서는 아사히 같은 큰신문, 공동 같은 큰통신, NHK같은 큰 방송이 도오뀨(동급), 세이부(서무), 마루베니(구홍)같은 큰 기업들과 제휴하거나 단독으로 케이블텔리비전(CATV)을 통한 신문뉴스의 공급체제를 갖추고 있다. 그래서 일본은 83년을 「새미디어시대의 원년」으로 부른다는 것이다.
이런 형편은 신문이 전파미디어를 갖기 어렵게 되어있는 우리에게는 「그림의 떡」같이 들리기만 하여 일종의 낙후감 같은것을 느끼지 않을수가 없었다.
그러나 스페인의 엘파이스지 창설자가 소개한 그신문의 성공담은 신문의 장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위안이 되었다.
76년에 미화 4백만달러로 창간한 엘파이스지는 이달 현재 평일 35만부, 일요일 62만부라는 스페인 최대의 신문으로 성장했다.
성공의 비결은 최신식시설을 도입하고 유능한 기자들을 채용한것이라고 하지만, 어떤 신문도 「살아남을 신성한 권리」는 없지만 주의깊은 귀와 날카로운 눈과 개방된 마음과 강한 심장을 가지고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면 텔리비전앞에 신문은 시들게 마련이라는 「신화」는 파괴된다는 것이 엘파이스지의 성공이 주는 교훈인것같다. 【런던서 김영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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