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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과 일 '공간 공유' 바람

중앙일보

입력

개인공간을 줄이고 유휴공간을 함께 사용하는 ‘공간 공유’ 열풍이 거세다. 가족 단위의 가구가 한 건물에 살면서 거실 형태의 커뮤니티 공간을 함께 사용하고, 1인 가구들은 셰어하우스를 통해 거실뿐 아니라 주방·화장실까지 공유하기도 한다. 사무공간도 같이 사용한다. 사실상 독립적인 공간을 확보하면서 비용과 관리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어 이런 추세는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1 위드썸씽 1층 커피숍. 2 위드썸씽에서 열린 작은 음악회 현장. 3 서울 역삼동 셰어하우스 프로젝트에 참여한 손정원·김민철·김하나·김윤수씨가 위드썸씽 주방에 모였다.

생활비도 줄이고 이웃과 교류하며 지낸다 셰어하우스(share house)
이 주택은 주인 없는 하숙집을 떠올리면 된다. 2~4평 되는 개인룸을 빼고 거실·주방·화장실·샤워실·세탁실·옥상 등을 다른 입주자와 함께 쓴다. 식재료와 조리도구를 개인별 또는 공동으로 구입하고 이용할 수 있다. 방 한 칸 구할 돈으로 펜트하우스 못지 않은 넓은 공간을 누릴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셰어하우스는 도심을 중심으로 점점 확산되고 있다. 집값을 감당하기 어려운 20, 30대 싱글이 주로 입주해 있다. 감정적인 고립을 해결하고자 모여 살기 시작했지만 주거비 절감 효과도 크다. 인천 검암역 인근에 30대 스무 명이 모여 사는 빌라촌 ‘우리 동네 사람들’이 그렇다. 빌라 세 채를 사들여 생활공동체를 꾸려 인근 텃밭과 농지에 손수 농사를 지으며 자급자족한다. 생활비가 혼자 살 때에 비해 3분의 1로 줄었다는 게이들 얘기다.
 셰어하우스 기업 우주(WOOZOO)는 창업·독서·여행·요리·미술 등 기호가 같은 사람끼리 함께 사는 테마형 공동주택을 선보여 인기다. 예를 들어 독서형 공동주택에는 TV가 없는 식이다.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집’에는 텃밭과 큰 주방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집’에는 암막과 대형 빔프로젝트가 갖춰져 있다.
 김민철(34)·김하나(35)·성나연(34) 건축가로 구성된 서울소셜스탠다드는 통의동집(서울 종로구)에 이어 지난해엔 2호점 위드썸씽(서울 역삼동)을 열었다. 지하 1층에 셰어오피스, 1층에 셰어문화공간을 함께 마련해 통의동집보다 진일보한 형태다. 김윤수 바운더리 건축사무소 대표와 손정원 버틀러 커피숍 사장이 공간 나눔에 동참하면서 가능해졌다.
 건축가 김민철씨는 “월세지만 통의동집은 2년 이상, 위드썸씽은 6개월 이상 계약하는 것이 기본”이라며 “거주보다 이웃과의 교류에 목적을 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연·특강 등 함께 어울릴 프로그램을 마련하려는 노력도 이 때문이다.

코하우징 소행주의 옥상 텃밭(위)과 공용 물건을 보관하는 공동창고(아래).

작지만 큰 집 코하우징(co-housing)
단독주택들이 한데 모인 주거 형태로, ‘공유 주택’이라고도 불린다. 화장실·주방·침실을 갖춘 각자의 독립된 집을 가지면서 동시에 서재·유아놀이방·세탁실·창고 등 커뮤니티 공간을 함께 쓰는 식이다. 코하우징은 1970년대 덴마크에서 시작해 네덜란드·스웨덴 등 유럽과 미국·호주로 퍼져나갔다. 우리나라에서는 아홉 가구가 4년 전 서울 마포구 성미산자락에 모여 둥지를 튼 ‘소통이 있어서 행복한 주택(이하 소행주)’ 덕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집 값이 치솟는 서울 도심의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5년여에 걸친 고민 끝에 완성된 대안 주택이다.
 한 건물 안에 화장실·주방·침실이 딸린 가구별 독립 주거공간이 있다. 규모는 전용 36~132㎡로 다양하다. 다목적실·창고·주차장·자전거보
관소·공부방·공방·텃밭 등을 함께 쓴다. 현관 앞이 엘리베이터며 복도와 계단을 신발을 벗고 다니게 해 마치 확장된 거실처럼 같이 사용한다.
 가구별로 원하는 생활양식에 맞춰 설계해 집집마다 구조는 제각각이다. 다목적실에선 아이들 교육·놀이, 입주민 모임, 특강·영화 감상 같은 문화활동도 이뤄진다. 육아·집안일 품앗이가 이곳에선 일상이다.
 박흥섭 소행주 공동대표는 “방과 후 아이들이 모여 공부도 하고 체육 대회나 바자회도 기획해 열기도 한다”며 “공동체 활동을 통해 아이들이 사회성을 기르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소행주 인터넷 카페에선 지역별로 제2의 소행주를 추진하는 정보가 오가고 있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10월 서울 불광동에선 조합원 여덟 가구가 모여 공동주택 ‘구름정원사람들’을 선보였다.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토지에서 건축까지비용을 분담해 지었다. 점포 임대수입으로 자급자족을 꾀할 계획이다.

소셜 벤처를 위한 공간인 서울 성수동 ‘카우앤독’.
카우앤독 2층의 회의실. 5월까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사진 yadahphoto]

‘자유롭게’ ‘함께’ 일한다 셰어오피스(share office)
코피스족(카페에서 업무를 하는 사람)들이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하게 일할 수 있는 곳이 생겨나고 있다. 1월 초 문을 연 서울 성수동의 ‘카우앤독(Cow&Dog)’은 창업자나 소셜 벤처를 위한 공간이다. 1층은 카페형 코워킹 공간. 코워킹(co-working)이란 서로 다른 분야의 직종을 가진 사람들이 한 공간을 공유하며 투자비용은 낮추고 효율성은 높이는 업무 방식이다. 회원 가입을 하면 사업자등록 주소로 쓸 수 있는 사서함과 사물함이 제공된다. 2층은 2인부터 12인까지 이용할 수 있는 5개의 회의실이 있고, 50명까지 수용 가능한 콘퍼런스룸도 있다. 전화 업무 전용 부스와 남녀 샤워실도 있다. 1층은 누구나 언제든 사용할 수 있고, 2층 회의실은 사전 신청이 필요하다. 오픈 이벤트로 5월 말까지는 회원 가입비가 무
료다. 해당 기간 동안은 회의실 사용도 공짜다. 이벤트 기간 이후 이용료는 미정이다.
 매일 3~4시간 정도 이용하고 있다는 김세훈(28)씨는 “창업 준비 단계인데 비싼 임대료를 주고 사무실을 구하는 대신 공유 공간을 통해 저비용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은진 프로그램 매니저는 “업무 시설 외에도 다양한 시각을 키울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매월 운영한다”며 “큰 비용 없이 창업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을 지원함으로써 아이디어와 재능을 갖춘 사람들이 모여드는 대표 공간으로 만들려고 한다”고 전했다.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마루180은 아산나눔재단이 운영하는 창업보육센터다. 1층에 있는 코워킹 카페는 하루 1만원만 내면 24시간 이용할 수 있다. 2층부터 5층은 창업을 위한 스타트업 사무공간으로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한 이들이 입주해 있다.
 공간 공유 플랫폼 ‘스페이스클라우드(www.spacecloud.kr)’를 통하면 필요한 공간을 쉽게 빌릴 수 있다. 회의실, 세미나실 같은 코워킹 공간을 지역별·목적별로 검색하면 되고 현재 전국 300여 곳이 연결돼 있다.

<글=하현정·박정식 기자 happyha@joongang.co.kr, 사진="신동연" 객원기자, 소행주, 위드썸씽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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