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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 한인 입양아 100여 명 친부모 찾아준 벨기에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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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6일 대구에선 벨기에 국적의 한 여성이 친어머니를 만났다. 어릴 때 벨기에로 입양된 뒤 20여 년 만의 첫 만남이었다.

같은 날 대전에서도 한 입양아가 친부모를 만났고, 4일엔 서울 홀트아동복지회 본부에서 네 명이 친부모를 상봉했다. 또 11일엔 서울 MBC-TV 녹화장에서 또 다른 '만남'이 있을 예정이다. 모두 벨기에에 사는 한인 입양아들이다.

만남을 주선한 사람은 벨기에인 몰리 얀센(Molly Yansen.62). 얀센은 13년 동안 100명이 넘는 한인 입양아들의 친부모를 찾아줬다. 그는 이번에도 벨기에에 살고 있는 한인 입양아 11명과 함께 그들의 가족 상봉을 위해 3일 한국을 방문했다.

얀센과 한인 입양아들의 인연은 30년 전에 시작됐다. 그는 1975년 다섯 살이던 한인 남자아이를 입양했다. 두 아이를 기르고 있던 얀센은 셋째는 입양하고 싶어 국제 입양기관을 통해 그 아이를 데려왔다.

이런 인연으로 이듬해 한인 입양아를 벨기에 가정과 연결해 주는 '벨기에-한국 우정협회'를 설립했고, 77년 한인 여자아이 한 명을 더 입양해 네 아이의 어머니가 됐다.

92년 벨기에 정부가 한국 아이의 입양을 불허하자 얀센은 벨기에에 살고 있는 한인 입양아들의 뿌리 찾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입양아들과 함께 매년 한국을 찾아 친부모 상봉을 주선해 왔다. 홀트아동복지회 사후상담과의 박소현 벨기에 담당은 "얀센이 오랫동안 한인 입양을 주선하면서 김치도 직접 담그고 입양아들에게 '물건 받을 땐 두 손으로 받아야 한다' 등 기본적인 한국 예절도 가르칠 만큼 한국 전문가가 됐다"고 밝혔다. 얀센이 친부모를 찾아준 사람은 100여 명이지만 정작 자신이 입양한 두 아이의 친부모는 아직 찾지 못했다. 입양 당시 기록이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얀센은 12일 열리는 홀트아동복지회 창립 5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뒤 16일 출국할 계획이다.

글=송의호 기자,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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