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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늘어나는 맞벌이부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전체주부의 50%이상이 직업을 가진 미국과는 아직도 비교가 되지않지만 우리나라도 맞벌이 부부가족이 차차 늘어나고 있다. 또 생활수준이 높아질수록 맞벌이는 늘어나게 마련이어서 현대화과정에따라 앞으로 맞벌이 가족은 보편화된 한 가족형태가 될 것같다.
맞벌이 부부. 그들은 지금 가정을 어떻게 꾸려나가고 있을까.
『미국에서 함께 공부할때는 별 문제가 없었는데 한국에 나와 직장생활을 하면서 남편의 불만이 자라기 시작한 것같아요. 그는 연구소로, 나는 대학으로 함께 출근해야되고 또 저녁이면 서로 공부해야할 것도 많지요. 밖에서의 일을 따지면 두사람 다 피곤하긴 마찬가지 아닙니까. 그런데도 그는 「아침시중을 들지 않는다」「와이셔츠를 챙겨주지 않았다」는 등의 잔소리를 시작한 겁니다.』
3년전 미국에서 귀국한 K여교수(30대)는 그들의 생활을 이렇게 털어 놓는다.
『미국에서도 직업을 가진 주부라면 가정과 직장의 양립문제로 고민하게 되는 경우가 많지요. 이같은 정신적·신체적 부담 때문에 이혼을 결심하게 되는 예도 있어요. 또 최근에는 직업여성에게도 아내(?)가 필요하다는 주장까지 나오고있어요. 여성이라고해서 밖에서 피곤한 몸을 끌고 집에 와 위안을 얻고 싶지 않을리 있겠어요.』
K교수는 밖에 나가 똑같은 일을 하고 돌아오면 집에서 가사를 나누어 맡고 서로를 이해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맞벌이 부부에게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한다. 남편이 직업을 가진 아내에게 전통적인 아내상을 강요하거나 경제적으로 아내를 믿고 집에 돈을 들여놓지 않는 것도 큰 문제의 하나라는 지적이다. 아내 역시 가사에 드는 돈은 남편의 부담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은행원인 이덕희씨(27)는 4년전 회사원인 정수화씨(27)와 결혼, 아직 자녀를 갖지 않았다.남편이 『요즘은 여성도 자기 발전을 위해 공부해야한다』고 강조, 앞으로 대학원 진학을 목표 삼고있다는 것. 부부가 다 자녀의 필요성읕 크게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또 20대의 동료·맞벌이 부부간에는 자녀를 늦게 갖거나 갖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경향이 많다고 이씨는 전해준다.
이씨의 선배 한사람은 결혼을 감추고 직장에 다녔기 때문에 더욱 출산을 할수 없었다고 했다.
40대 직업여성과 20대직업여성 (모두 맞벌이)의 경우 직업에 대한 의식은 많이 달라지고 있다.
10년전만 해도 맞벌이부부에게는 『남자가 오죽 못났으면…』이라는 말이 붙어 다녔다. 그러나 요즘은 오히려 남편들이 아내가 사회활동을 해주기를 은근히 바라고 있다.
여성들의 취업동기에는 사회참여의식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요인도 큰 것으로 분석된다. 이 경제적인 요인에 20대 남편들은 기대를 걸고 있다는것이다.
가사분담에 대해서도 40대 맞벌이와 20대 맞벌이에는 차이가 난다.
이덕희씨부부의 경우 아파트에서 가사를 똑같이 분담하고 있으며 남편도 세탁이나 취사를돕고있다.
가사분담 문제로 맞벌이 부부에게 적지않은 충돌이 생기기는 하나 맞벌이 가정의 부부가 더 사이가 좋다는 조사결과가 나와 있다.
81년 단국대대학원 배민자씨가 취업·비취업 부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부부적응에 관한 비교연구」결과를 보면 맞벌이 부부의 아내가 모든 일에 남편과 호흡이 잘 맞고 훨씬 민주적으로 가정을 꾸려 나간다는 것. 또 취업부인의 경우 애정의 표시도 적극적이고 대화의 내용도 다양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취업부인의 남편이 비취업부인의 남편에 비해 귀가시간이 늦고 술을 즐긴다는 결과가 나와 맞벌이가 현대 남편에게 주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30년 가까이 맞벌이하면서 화목한 가정을 꾸려와 서울시로부터 모범가정상까지 받은 바 있는 국민교 교사부부 한백창(51) 박명숙(47)씨 부부는 앞으로의 맞벌이 가정에 대가족을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결혼한 그날부터 시어머님이 집안살림을 모두 맡아 주셨습니다. 집안일과 자녀양육 문제를 해결해준 시어머님이 계시지않았다면 맞벌이 할 수없었을 거예요.』
대가족이라면 핵가족에 비해 큰 문제없이 맞벌이가 가능해진다는 박씨의 의견이다.
맞벌이의 경우 특히 금전관리를 철저히 해야 화목한 가정이 될수 있다는 한씨의 말. 가정의 소비와 저축을 하나의 팀으로 생각하여 함께 모아 함께 의논하고 결정해야한다는것.
가능하면 금전문제로 논쟁을 피하고 두사람이 서로 일정액을 자기 봉급에서 떼어 자유롭게 쓸수있는 여유를 주어야 한다는 지혜도 가르쳐 준다.
맞벌이 부부는 가정에서의 생활시간이 적어 자녀를 비롯한 가족전원의 유대가 문제가 되는데 한씨집의 경우 등산·여행·테니스 등 공동취미를 만들어 이를 극복해 왔다고.
여성은 가사를 맡아야, 한다는 전통적인 관념이 채 가시기도 전에 밀어닥칠 맞벌이 부부시대. 이제 부부는 서로의 입장을 더욱 이해하도록 노력하지 않으면 안될 시대가 된 것같다. <김징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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