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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깊이읽기] 아픈 것도 모르고 맛도 모르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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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오감재생
야마시타 유미 지음, 이희라 옮김
아이티아이북스, 191쪽, 9800원

19세 여성이 있다. 그는 중학교 1학년 때 귀를 세 군데 뚫었다. 성기에도 다섯 군데 피어싱을 했다. 가슴에는 만화가 데즈카 오사무의 '불새' 캐릭터 문신이 새겨져 있다. 그가 말한다. "귓불에 하는 것은 액세서리라고 여기면서 다른 데다 하면 왜 안 된다고 하죠?"

'오감재생'은 우리 몸의 다섯 가지 감각, 즉 촉각.후각.청각.미각.시각이 왜곡돼 가는 현실을 직시한다. 오감 상실에 대한 경고서로 볼 수 있다. 위의 10대 여성에 대해서 저자는 '촉각 결핍'에 따른 부작용으로 해석한다. 몸에 상처를 내고 거기서 쾌감을 즐기는 이들은 타인과 분명 다른 개성을 드러내고픈 의사 표현이나, 다른 한편으론 '고통' 같은 직접적 감각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려는 욕구가 깔려 있다는 얘기다.

훼손된 게 어디 촉각뿐이랴. 책은 가공식품의 약 90%에 인공향료가 첨가됐다고 증언한다. 그야말로 '가짜 냄새'의 시대다. 하루종일 울려퍼지는 벨.방송.스피커 등 소음 스트레스는 우리의 귀를 멍들게 하고 있다. 염분 과다 섭취로 기능을 잃은 혀, 자극적인 것에만 머무는 눈도 마찬가지. 한시라도 빨리 정보를 손에 넣기 위해 불필요한 감각을 도태시키면서 우리의 오감은 자연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이를 치료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는 촉각을 되살리려는 '촉각 마우스'나 '향기나는 명함 케이스' 등 히트 상품을 소개하고 있다. 빠른 어조를 알아듣기 어려운 노인을 위해 개발된 '기키라쿠'란 라디오도 등장한다. 산업화로 인해 망가진 오감을 회복하기 위해 또 다른 공산품을 사용해야 하는 역설적 상황이다. 책 또한 이런 모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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