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꿈속에서 괴롭히는 사람은 누구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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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우리는 꿈속에서 우리를 괴롭히는 사람을 많이 만난다. 꿈이 인격과 문화의 복합체이므로 꿈속의 박해자도 이에 따라 정해진다.
그러면 우리 한국인의 꿈속에 나타나는 박해자는 대체로 어떤 사람들인가.
한양대 김광일·박용천교수팀이 서울과 인천의 주민 2백4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꿈속의 박해자에 관한 문화정신의학적고찰」(『정신건강연구』제l집)에 따르면 미확인 대상이 19.1%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공산당·인민군(18.3%)이었다.
이어 가족·친척·친구(12.5%), 동물(12.1%), 괴물·악마·귀신·도깨비 등 초자연적 존재(11.3%), 강도·도둑·폭력배(8.8%), 수사기관·국내 정치권력층(5.8%), 죽은 조상(5%), 기타(7.1%) 순으로 나타났다.
죽은 조상이 박해자로 등장한 경우가 학생들 집단에서는 한명도 없었으나 30세 이상의 성인 집단에서는 10%나 되어 눈길을 끌었다.
남녀별로 박해자의 성격별 출현율을 보면 미확인대상은 남성12.5%, 여성 25.8%로 여성에게 많이 나타났고 인민군은 남성에게 25%, 여성에게 12.7%의 비율로 나타났다. 수사기관·정치권력층 등 국내 정치세력은 남성에게 10.8%, 여성에게 0.8%로 정치성과 관련된 박해자의 등장은 두 집단사이에 굉장히 많은 차이가 났다.
박해자의 행동을 보면 신체적 손상이 27.1%로 가장 많고 체포·감금·추적 등이 25.8%였다. 또 살해는 24.6%였다. 이밖에 거절·책망 등이 12.1%, 심한 협박이 5.4%, 소유물의 도난 혹은 파손이 5%였다.
이를 각 연령집단별로 보면 살해행동이 국민학생 집단에서 57.5%, 중학생집단에서 27.5%로서 그 외의 집단에서보다 높은 율을 보였으며 체포·감금·추적 등은 대학생과 성인집단들에 31.3%인데 반해 국민학생과 중학생집단에서는 15%에 불과해 의미 있는 차이를 나타냈다.
꿈속의 박해자 성별을 보면 66.1%가 남성이고 여성은 20.4%였다. 13.5%는 성별이 불확실한 것이었다.
특이한것은 남성 박해자는 주로 남성의 꿈에서, 여성박해자는 여성의 꿈에서 압도적으로 많이 출현하는 현상이었다.
박해자가 나타났을 때 꿈속의 자신이 어떻게 반응하였는가의 물음에는 45%가 그냥 박해를 당하는 꿈을 꾸었다고 답했다.
그리고 도피한 경우는 37.9%, 대항해서 싸운 경우는 15.8%였다.
박해를 받은 결과 꿈속의 자신에게 어떠한 결과가 왔는가하는 물음에는 72.9%가 자기희생으로 끝났다고 했고 18.8%는 스스로 구제한 경우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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