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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퇴시대 속보] 반퇴자산 얼마나 빨리 줄어들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6일자 1면에 ‘5억 은퇴자산, 9년도 못 버틴다’는 제목의 기사가 게재됐습니다. 현재 5억원의 자산을 갖고 있는 55세의 김한국(가상인물)씨가 자녀결혼비용(2억5000만원), 자녀교육비(2500만원)를 제외한 2억2500만원을 은행예금으로만 운용하고 월 평균 238만원의 생활비를 쓸 경우 9년만에 자산이 모두 소진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16일자 기사에도 상세히 설명돼 있습니다만 지면관계상 모든 내용을 적지는 못했기 때문에 여기에서 이런 수치들을 뽑아낸 데 대한 보충설명을 좀 해드리겠습니다. 자산과 월 생활비는 ‘삼성생명 은퇴백서 2014년판’을 인용했습니다. 삼성생명은 서울과 광역시에 거주하는 25~74세 사이의 남녀 비은퇴자 1782명과 은퇴자 518명을 설문조사해서 각종 기초 자료들을 뽑아냈습니다. 이 조사 결과 도출된 50대의 평균 자산이 4억5077만원입니다. 월 생활비는 은퇴자 518명이 밝힌 생활비의 평균 수치입니다.

자녀 결혼비용은 2013년 한국소비자원이 결혼당사자와 혼주 1000명을 상대로 해 산출한 조사 결과를 인용했습니다. 당시 평균 결혼비용이 신랑은 5414만원, 신부는 4784만원이었습니다. 여기에 이들이 평균 전세가격이라고 답한 1억5400만원을 신랑쪽 비용에 합산했습니다. 그 결과 신랑은 2억원, 신부는 5000만원으로 결혼비용을 정한 겁니다. 교육비는 통계청 자료에 따라 지난해 3분기 50대(50~59세) 평균 월 교육비 40만5722원을 근거로 60세까지 5년간 지출되는 교육비로 2500만원을 산정했습니다. 16일자 기사에 적시된대로 예금이자는 지난해 11월(지난해 12월말 한국은행이 발표한 최신 수치입니다) 은행 평균 예금금리인 월 2.1%로, 물가상승률은 지난 연말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소비자물가상승률 1.3%로 설정했습니다.

아래의 표는 이런 가정 하에서 김씨가 2억2500만원(5억원-자녀 결혼비용-자녀 교육비)의 반퇴 순자산을 은행예금에만 넣어둘 경우 자산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한눈에 보여주는 표입니다. 신문에는 지면사정상 축약해서 들어갔지만 이 곳에는 전체를 그대로 게재해보겠습니다. 자산 변동치를 구할 수 있는 엑셀 표는 김동엽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이사가 작성한 것입니다.

①번표가 바로 김씨의 것입니다. 김씨 자산은 4년 뒤 1억1930만원으로 반감되고, 9년 뒤에는 완전히 소진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②50대 평균 자산인 4억5077만원을 대입해보면 어떨까요? 7년만에 자산은 모두 사라져버립니다.

③이번에는 사정이 좀 나은 경우를 가정해보겠습니다. 자녀를 모두 교육시켰을 뿐 아니라 시집 장가까지 보내고도 4억5077만원이 남은 경우라면 어떨까요? 16년을 버틸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하지만 역시 ‘행복한 반퇴 30년’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결과입니다.

④간과할 수 없는 건 부동산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점입니다. 한국의 베이비부머들은 대부분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습니다. 삼성생명 조사에서도 50대 평균 자산 4억5077만원 중 부동산 비중이 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③번 케이스는 이 부동산을 모두 처분해 반퇴자산에 보탠 경우입니다. 하지만 부동산을 팔지 않고 그대로 쥐고 있다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집을 2억원짜리로 절반으로 줄인다 해도 4억원 중 2억원은 반퇴생활에 활용할 수 없습니다. 이 경우 반퇴자산은 2억5077만원이 되고 이 경우 자산은 10년째에 모두 사라지게 됩니다.

⑤그렇다면 도대체 수익률을 얼마나 올려야 30년 반퇴 생활이 유지될까요? 반퇴 순자산이 4억5077만원일 경우 연 6.6%의 수익률을 올려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이 표에 따르면 반퇴 30년을 유지해나갈 수 있는 방법은 3가지입니다. 투자를 통해 수익률을 늘리거나, 반퇴 순자산(준비자금)을 많이 만들어두거나, 씀씀이(생활비)를 줄이는 것 정도입니다. 금융사의 전문가들을 찾아 자신의 상황에 맞는 방안을 도출해낸 뒤 현실에 적용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물론 이 시뮬레이션에서 국민연금은 계산에 넣지 않았습니다. 반대로 집을 처분했을 경우의 전·월세 등 주거비용 역시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국민연금과 월세를 서로 상쇄시킨다고 하면 나름대로 현실을 많이 반영한 시뮬레이션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뮬레이션에 현실의 변수들을 100% 담는 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저 현실의 50대 평균치를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노력해 만든 자료라는 점을 감안해서 보신다면 일견의 가치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박진석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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