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청원급 센 특보냐, 문제해결형 실무 특보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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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박근혜 대통령은 주말 내내 청와대 관저에 머물렀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18일 “대통령께서 부처별 업무보고에 대비하는 한편 청와대 조직개편 방안을 놓고 숙고했다”고 전했다. 집권 3년차를 맞은 박 대통령의 출발이 순탄치 않다. ‘정윤회 문건 파문’을 딛고 의욕적으로 준비한 신년 기자회견이 오히려 악재로 작용해서다. 지난 16일 갤럽 조사 결과 대통령의 지지율은 35%였다. 취임 후 최저다. 청와대는 반전 카드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당장 박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대통령 특보단 구성’ 등 청와대 조직 개편안을 마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참모들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특보단 구성과 관련해 서로 다른 두 개의 콘셉트를 놓고 고민 중이라고 한다. 첫째는 중진 이상의 거물급 인사를 포진시키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정무·홍보 기능 등에서 박 대통령의 메신저가 될 수 있는 영향력 있는 인사가 포진해야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다. 새누리당 쪽에서 이런 주장을 펴고 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18일 “특보의 위상이 높아야 소통이 가능하다는 건의가 박 대통령에게 올라간 것으로 안다”며 “당·청 관계는 물론 야당과도 소통할 수 있는 거물급 인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런 맥락에서 친박 중진인 서청원 최고위원을 특보단장에 임명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을 기용하자는 주장도 있다. 반면 박 대통령의 스타일을 감안할 때 서 최고위원처럼 현역 의원을 특보단에 포진시키는 방안을 부담스러워 할 수 있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그래서 나오는 게 실무형 특보단 구성안이다. 조직과 기능을 혼합한 매트릭스 구조의 특보단을 짠다는 것이다. 예컨대 정무·홍보 특보가 아니라 ‘연금개혁 특보’ ‘경제살리기 특보’ 등을 임명하는 방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여러 안을 놓고 고민 중”이라며 “특보단에 누가 적합한지 인선까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직 개편안을 발표하는 시기를 놓고도 고민이 깊다. 당초 취임 2주년(2월 25일)에 맞춰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음종환 전 청와대 행정관의 ‘문건 배후 지목’ 논란 등으로 어수선해지면서 특보단 구성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 때문에 설(2월 19일) 민심을 감안하면 2월 초·중순에는 개편이 마무리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박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김기춘 비서실장의 거취와 관련해 “당면한 현안이 수습되고 나서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 때문에 김 실장 교체설이 수면 위로 불거졌다. 하지만 청와대 내부 기류는 밖에서 보는 것과 달리 미묘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대통령 입장에선 김 실장을 대체할 만한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 언제 교체할지 아직 최종 결심을 굳히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박 대통령 기자회견 이후에도 전과 다름없이 내부 회의를 주재하는 건 물론이고 특보단 구성 등 ‘청와대 조직 개편’의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에 적극 관여하고 있다고 한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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