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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때 아버지에게 간이식, 재수해 서울대 들어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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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2013년 고3이던 오용석(오른쪽)씨가 간이식 수술 직전 아버지와 찍은 사진. [사진 포스코교육재단]

“아버지가 건강해지셨고, 저도 목표한 대학에 합격해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습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석 달 앞두고 아버지에게 자신의 간을 이식해 줬던 고교생이 재수 끝에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정시모집에 합격했다. 주인공은 경북 포항시 포항제철고 출신의 오용석(20)씨다. 그는 고3이던 2013년 8월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간경화로 투병 중이었던 아버지 오재일(47)씨에게 자신의 간 70%를 이식했다. 포스코 계열사에 근무하던 아버지는 용석씨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간이 좋지 않았다. 간염이던 것이 간경화로 진행됐고, 그 뒤로도 병세가 악화됐다.

 오랜 투병생활이 이어졌다. 치료를 하던 의료진은 간 이식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진단을 내렸다. 2013년의 일이었다. 용석씨의 어머니 임영순(46)씨가 자신의 간을 이식해달라고 했지만 의료진은 검사 끝에 “아들의 장기가 거부 반응이 적을 것 같다”고 다른 결론을 내렸다. 어머니는 이런 얘기를 아들에게 쉽사리 하지 못했다. 더구나 아들은 고3이었다. 망설임 끝에 어머니가 말을 꺼냈다. “아버지의 병이 위중한 상태다. 너의 장기를 이식하는 게 가장 좋다는구나.”

 오히려 아들이 담담하게 답했다고 한다. “어머니, 당연히 해야 할 일인데 왜 그렇게 조심스럽게 말씀하세요.” 수술을 마치고 아버지 오씨는 건강을 되찾았다.

 아버지에게 간을 이식한 용석씨는 병원에서 한 달 정도 회복 치료를 받았다. 수능은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공부를 하려 했으나 몸이 완전하지 않아 책상에 앉아 있으면 피로가 몰려왔다고 했다. 시험 결과는 좋지 않았다. 대학 몇 곳에 원서를 냈으나 불합격했다.

 이듬해 건강이 회복되자 재수학원에 다니며 공부에 매진했다. 그러곤 꿈꿔왔던 서울대 컴퓨터공학부에 합격했다. 용석씨는 “고3 때 못한 공부를 하기 위해 밤잠을 줄여가며 정말 열심히 했다. 재수는 했지만 오히려 더 좋은 결과를 얻었다”며 웃었다.

 건강을 되찾아 지난해 1월 복직한 아버지는 “어린 아들에게 고통을 준 걸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저며온다”며 “아들이 꿈을 이룬 게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모르겠다”고 했다.

포항=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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