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들이 고한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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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잘난 척에만 애쓰지 마라. 위에서 보기엔 우습다. 일 못해도 반듯한 후배가 더 끌린다.

2 갈구는 선배가 널 성장시킬 거라 생각하지 마라. 그놈은 그냥 평생 갈구는 놈이니 피해라. 다만, 모든 선배가 널 갈구는 것 같이 느껴진다면 그건 네 문제일 확률이 높다.

3 어려워서 못한다고 하지 마라. 일단 책임감 좀 가지고 해봐라. 사실 너한테 그리 큰 기대 안 한다.

4 옆의 애는 노는 것 같은데 너한테만 ‘오더’가 온다고 불평하지 마라. 잘한다는 증거다. (남대리·CJ 헬로비전 방송사업팀)

옆자리 후배가 출근을 안 했길래 급한 일부터 처리한 뒤 연락해 보니 월차라 대꾸한다. 팀장님에게 보고했으니 끝인 건가. 두 배로 늘어난 내 오늘 하루 업무, 당장 출근하란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함께 일하는 나에게도 보고가 필요하다는 것까지 가르쳐야 할지 몰랐네. (조대리·커뮤니크 홍보팀)

반복되는 사과, 결국 미안한 미래만이 있을 뿐이다! 순간을 면피하기 위한 습관적인 말투나 태도는 버리자. 지적받은 내용은 메모하고 꾸준히 고쳐 나갈 것. 핵심은 무조건 처음에! 장황한 서두를 건네느라 말하려는 포인트를 훼손시키는 경우가 많다. 보고, 공지, 전달, 대화는 모두 두괄식으로 얘기할 것. (장대리·신한금융투자 리스크 관리팀)

업무 시간에 지인들과 ‘카톡’에 심취한 나머지 친구에게나 보낼 법한 예의 없는 메시지를 제발 상사에게 보내지 말자. 난 업무에 대한 답변을 원할 뿐, 너희의 시시콜콜한 개인사엔 관심 없거든. &lt미생&gt의 오 차장이 말했지. 회사에 왔으면 일을 하라고! (구대리·네오위즈 인터넷 뮤직사업본부 서비스개발팀)

디자인엔 정답이 없다. 선배의 의견은 의견일 뿐 정답이 아니다. 다만 다년간 클라이언트와 승강이 벌인 경험을 보유한 그들 얘기니 반영해 볼 만한 가치가 분명 있다. “제목 위치를 옮겨 보는 건 어떨까?” “인쇄 발주 파일 넘기기 전에 다시 확인해. 사고 난다”고 했을 때, 후배들은 자동반사적으로 귀찮다는 뉘앙스로 대답한다. 실무를 하다 보면 곧 알게 된다. 그 말이 영 필요 없는 조언이 아니었음을. (안대리·생각공장 디자인팀)

석사 졸업 후 첫 직장에 입사한 지 3개월쯤 됐을 때였다. 당일 출장을 다녀와 밤늦게 회사 앞에 도착했다. 동행한 남자 대리님이 “샘플은 제가 사무실에 옮겨 놓을게요. 그만 퇴근해요”라고 얘기하길래 진짜 먼저 집에 갔다. 그런데 다음 날 출근해보니 나는 ‘싸가지’ 없는 캐릭터로 소문나 있더라. 내 경험상 신입사원은 겸손해야 하고 센스 있게 리액션도 좀 할 줄 알아야 한다. 물론 사양도 할 줄 알아야 한다(말의 저의를 늘 되새겨 볼 것). 또한 막중한 임무 중 하나가 ‘맛집’ 리서치라는 것도 잊지 마시길. (김대리·풀무원 다논 연구팀)

잘 보이고 싶다는 욕심에 주량을 넘겨 마시던 신입사원. 결국 몸도 가누기 힘들 정도로 취해 대표님 앞에서 ‘大’ 자로 쓰러졌다. 심지어 다음 날 아침엔 하루 쉬겠다는 문자 메시지만 한 통 달랑 보내 나를 황당하게 했다. 무조건 ‘예스’라고 대답하는 게 열정이 아니라는 걸 기억해 두렴! (김대리, 클라란스 교육팀)

| Relation Contents
- 면접의 뷰티 기술
- 뻔한 오피스 룩에서 벗어나라!
- 사무실에 두고 쓰는 응급상비약
- 이 죽일놈의 이직
- 회사가 안 가르쳐줘도 '잘' 알아야 할 것들

글=김나래 엘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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