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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 사상 첫 사진전 갖는 백남식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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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세계적인 사진작가 백남식(白南植.66.호주 시드니 거주.사진)씨가 또 한번 큰 일을 저지르기 위해 분주하다. 오는 8월 1~31일 여는 바티칸 전시를 위해서다.

교황청 내 성당 옆 '브라치오 디 카를로 마그노(Braccio Di Carlo Magno)'홀에서 열리는 그의 이번 전시는 바티칸 사상 사진작가로는 최초의 일. 더구나 피카소 같은 거장들에게도 생전엔 전시를 불허했던 전례에 비춰 일대 '사건'으로 받아들여질 정도다.

"제가 복이 많은 놈이죠. 평생 사진으로 살아왔다고는 하지만 이만한 영광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이번 전시회 작품들은 모두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 관련된 것들로 두 차례 방한(1984,89년)을 비롯해 이스라엘.그리스.몰타 방문, '대희년(2000년)'바티칸 행사 때의 모습이 담겨있다.

10×2.5m 짜리 7점,7×2m 짜리 10점 등 규모면에서도 대작들이다. 세계 최초인 10×2.5m 짜리 작품의 경우 장당 3백여만원(표구비용은 제외하고, 인화해 코팅하고 캔버스를 붙이는 데만)을 들였다.

이번 전시에는 세계적인 인물화가로 지난해 교황주일(6월30일~7월2일)을 기념해 명동성당에서 전시회를 열던 중 심장마비로 타계한 故 안장현 화백의 작품 3점도 함께 선보인다.

"바티칸 전시가 끝나는 대로 곧바로 교황성하의 모국인 폴란드 국립미술관에서도 한 달가량 전시할 겁니다. 여기서 전시를 마치면 작품을 폴란드에 기증해 앞으로 세워질 교황기념관에 영구히 전시되도록 협의를 거의 끝낸 상태입니다."

이번 전시가 이뤄지게 된 것은 백씨와 바티칸, 특히 현 교황과의 남다른 인연 덕분.

3대를 이어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백씨가 지금까지 교황을 알현한 것만 여섯번.

첫 만남은 81년 10월 여의도에서 개최된 '한국천주교 1백50주년 신앙대회' 장면 사진(파노라마가 없어 4컷을 티 안나게 이은, 당시로선 대작)을 들고 바티칸으로 찾아간 이듬해 5월.

이어 84년 5월 1백만명의 신도가 운집한 가운데 교황 주재로 여의도서 열린 '1백 3위 시성식'사진을 들고 그해 9월 찾아간 것이 두번째였다.

이 때 백씨가 증정한 작품은 1m50㎝ 크기의 파노라마 대작으로 교황은 이 자리에서 "말로만 듣던 1백만명의 군중사진은 처음 보았다"며 그에게 엄지를 치켜보였다.

이를 계기로 백씨는 89년 10월 여의도에서 열린 '제 24회 세계성체대회'를 교황의 지근거리에서 촬영할 수 있었다. 또 93년 대전 엑스포 교황청 관(館) 영상담당을 맡았을 때는 사전에 바티칸의 이모 저모를 담은 사진을 준비하기위해 40일간 현지에서 작업을 하기도 했다.

2000년 3월 김대중 대통령이 교황청을 방문했을 때 김 대통령과 교황의 대좌 장면 촬영을 독식(?), 수행기자단을 물먹인 장본인도 바로 그다.

"이번 전시도 사실 교황성하께서 먼저 말씀해 이뤄진 겁니다. 99년 12월 백두산과 금강산 등 우리 금수강산을 찍은 사진 1백여장을 앨범으로 꾸며 증정키 위해 방문했을 때 성하께서 '좋은 사진을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도록 하자'고 말씀하셨거든요."

백씨는 바티칸 외에도 '폐쇄의 땅' 북한에서도 대접받는 인물. 95년 4월 호주내 이산가족들을 따라 함께 방북, 한국인으론 처음으로 노동당으로부터 자유로운(?) 촬영을 허락받아 4박 5일 동안 금강산을 누볐다.

이때 찍은 만물상 사진을 97년 2차 방북 때 기증하면서 보름에 걸쳐 묘향산.구월산 등에 대한 작품도 만들 수 있었다.

백씨는 이듬해 5월 남북한 사진 명작들만 골라 3m 짜리 1백점을 만들어 서울 예술의전당에 이어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남북 한마당 영상전'을 열었다.

이를 계기로 99년 백두산 4계절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취임 장면을 촬영할 수 있었고, 2000년 2월 8~22일 사이 이를 전시한 인민대학습장에는 북한 수뇌부와 외교사절은 물론 하루 8천여명씩의 관람객이 몰리기도 했다.

백씨는 이같은 공으로 개막식날 김용순 비서를 통해 '로력훈장(인민작가보다 한 수 위)'을 받았다.

충남 강경초교 6학년 때 졸업앨범 일로 동네 사진관에 들렀다가 사진에 입문, 한 때 통신사 사진부 차장으로 일하기도 했던 백씨는 "바티칸전을 통해 한국인에 대한 외국인들의 시선을 높이는데 조금은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며 "사진쟁이로서 사는 날까지 평화를 화두로 삼아 노력할 작정"이라고 말했다.

이만훈 사회전문기자

*** 바로잡습니다

5월 15일자 24면 백남식씨 기사 중 화백 이름이 '안장현'이 아니라 '한장현'이기에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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