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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산업 위기 짚어주려면 중·일 비교 더 구체적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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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1970년대 일본과 영국의 조선업계가 경쟁력을 갖춘 '메이드 인 코리아' 한국 제품의 등장에 따라 현재 국내 업체들이 겪고 있는 것과 유사한 어려움에 처한 적이 있었다. 당시 일본 업체들은 성공적인 산업구조 개선과 고품질 제품의 생산을 통하여 세계시장에서 지금도 여전히 차별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반면, 영국 업체들은 몰락하게 되었다는 사실은 2000년대 초입 한국 경제에 중요한 역사적 교훈을 준다.

중앙일보 기사들은 값싼 중국산 철강 제품에 대응하기 위한 국내 철강업체들의 국내투자와 인도.중국.브라질에서의 현지투자 활동, 그리고 내수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제품 가격인하 조치를 보도함과 동시에 나아가 철강 제품의 고급화 전략 추진의 중요성을 강조하여 국내업체들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사 내용들에서 무언가 부족함을 느낀다. 우선 국내 철강 제품의 가격인하를 초래한 수입 중국 제품들의 가격에 관한 정보가 단지 국내 제품에 비해 5~10% 정도 싸다는 정보만 제공되어 있을 뿐 열연강판.냉연강판.후판과 같은 제품별 가격 수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찾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중국업체 기업명, 기업 규모, 생산 제품, 국내 시장 점유율 등이 제대로 소개되지 않은 점은 더욱 아쉽다. 또 중국 철강회사의 기술력의 지속적인 발전이 국내 업체들을 위협하고 있다는 내용은 여러 차례 보도되었지만 구체적으로 제품별 기술 수준 차이에 대한 정보는 제공되지 않았다. 일반적 기술 수준 차이를 소개하고 있을 따름이다. 중국 철강산업이 국내 기술력을 따라잡는 데 소요되는 기간이 기사에 따라 3~5년 정도, 혹은 1~2년 정도라는 내용만을 소개하고 있다.

제품별 기술 수준 차이에 대한 정보 제공은 국내 철강업체들이 향후 중국 업체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고품질 제품 생산과 이에 근거한 고가제품의 차별화 전략 수립에 도움이 될 것이며, 독자들이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철강업계를 이해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현 시점에서 한국과 중국의 개별 철강업체 간의 생산제품 종류, 제품별 가격과 경쟁력 수준, 그리고 기술력 차이에 대한 체계적 비교 분석과 함께 70년대 한국 철강업체에 대해 일본 철강업체들이 경쟁력 유지를 위해 취한 전략을 다룬 기획기사를 조심스럽게 제안해 본다.

이지만 연세대 교수,경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