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박지에 아로새긴 그리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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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호 30면

이중섭(1916~56)의 트레이드 마크인 ‘소’는 잠시 잊어도 좋다. 이번엔 가족에 대한 사랑이 절절하게 묻어나는 작품들이 우리 곁을 찾아왔다. 그림을 그릴 수만 있다면 종이는 가리지 않았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즉시 연필을 놀리던 그에게는 담뱃갑 속 은박지도 너른 화폭이 됐다. 한국전쟁 이후 닥친 생활고 때문에 일본으로 떠나보낸 가족을 향한 그리움을 은박지에 꾹꾹 눌러 담았다.

전시 ‘이중섭의 사랑, 가족’ 2월 22일까지 서울 사간동 현대화랑

1955년 당시 주한미국대사관 문정관이었던 아서 맥터가트가 구입한 은지화 3점은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다가 60년 만에 처음으로 공개됐다. 부인 야마모토 마사코(한국이름 이남덕)와 사랑을 속삭이는 엽서화는 물론 아들 야스가타(태현)와 야스나리(태성)을 향한 미공개 편지화 20점도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는 ‘ㅈㅜㅇㅅㅓㅂ’ 등 한글 서명이 적힌 편지화도 함께 한다. 성인 5000원. 문의 02-2287-3591.

글 민경원 기자, 사진 현대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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