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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성 짙은 스토리텔링…지갑 열게 했다

중앙일보

입력

김만호(34·서울 양천구)씨는 어렸을 적부터 드래곤볼·닥터슬램프 같은 일본 만화책을 즐겨보던 만화광이었다. 대학생때 까지 만화방을 들낙거리며 신간 단행본을 찾아보는 게 낙이었다. 하지만 몇년 전부터는 인터넷 포털을 통해 웹툰에 눈을 돌렸고, 지난해부터는 스마트폰 어플 '레진코믹스'를 통해 유료 웹툰을 즐기고 있다. 김씨는 "월 1만원 이상을 유료 웹툰을 보는 데 사용한다"면서 "주변 친구들도 종이 만화책→무료 웹툰→유료 웹툰 순서로 넘어왔다"고 말했다.

포털에서 공짜 콘텐트로 시작된 웹툰 시장에 유료 성공 모델이 등장했다. 만화책을 구매하는 것처럼 돈을 주고 모바일을 통해 웹툰을 보는 독자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유료 웹툰 분야에서 가장 성공적인 모델로는 레진코믹스(대표 한희성)가 꼽힌다. 이 업체는 2013년 6월 '성숙한 독자를 위한 웹툰'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서비스에 나서 현재 400개가 넘는 작품을 연재하고 있다. 독자만 300만 명을 넘어섰다는 것이 이 업체의 설명이다. 웹툰 활성화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11월 24일 2014 대한민국 인터넷 대상 '국무총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레진코믹스의 성공요인은 '무료→부분 유료화→완전 유료화'로 넘어가는 3단계 마케팅이다. 처음 어플을 내려받은 후에 독자들은 공짜로 제공되는 웹툰을 보기 시작한다. 이 웹툰의 최신 연재분은 돈을 주고 코인을 구매해야 볼 수 있다. 결국 드라마처럼 최신 연재분을 기다리는 독자들은 코인을 사서 웹툰을 보기 시작한다. 그러다 완전 유료로 제공되는 프리미엄 콘텐트까지 넘어가게 된다는 것이다. 레진코믹스 이성업 이사는 "처음에는' 웹툰을 누가 돈을 주고 보냐'는 시각이 많았다"면서 "단편 시리즈물이 아닌 기승전결이 있는 스토리텔링 콘텐트를 제공하니 독자들이 지갑을 열고 있다"고 말했다.

레진코믹스는 유료 독자 확보를 위해 신인 작가 발굴과 후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금까지 이 업체를 통해 데뷔한 작가가 250명이 넘는다. 기성·신인 작가 할 것 없이 업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고료를 지급하는 것이 이 회사의 방침이다. 전업 작가로 살기 버거운 상황이 콘텐트의 질 저하로 이어지고, 이것이 유료화 성공을 어렵게 만든다는 이유에서다. 레진코믹스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누구라고 밝히긴 어렵지만 상당수 인기 작가가 1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웹툰 유료화 성공모델의 등장에 영화·게임업계도 주목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월 CJ E&ampamp;M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웹툰 기반 영화 4~5편을 논의 중이다. 3월엔 NC소프트로부터 5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NC소프트 관계자는 "게임 캐릭터 같은 지적재산권을 웹툰을 통해 확장할 수 있다고 판단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부터 NC소프트의 '블레이드 소울'이란 게임 속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웹툰이 레진코믹스에서 연재되고 있다.

이런 성공을 발판으로 중국·일본 진출도 가시화하고 있다. 중국 포털에 웹툰 콘텐트를 제공하면서 본격 진출을 준비 중이다. '망가왕국' 일본 상륙을 위해 총 상금 1억5000만원 규모의 국제 만화 공모전도 진행 중이다.

장주영 기자 jyj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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