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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9개로 올랐다 … 요세미티 '마의 암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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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국의 암벽 등반가 토미 콜드웰(36)과 케빈 조기슨(30)이 14일(현지시간) 세상에서 가장 어렵다는 미국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암벽 엘캐피턴의 ‘새벽 직벽(Dawn Wall)’을 맨손으로 오르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이들은 꼬박 19일 걸려 10년간 꿈꾼 등정을 완수했다.

 두 사람이 엘캐피턴 등반을 시작한 것은 지난달 27일. 추락사를 방지하기 위해 허리에 느슨하게 로프를 매달기는 했지만 암벽 등반용 도구를 사용하지 않았다. 공중에 매달린 텐트에서 자고 먹는 생활을 했다. 낮에는 쉬고 해가 지면 바위를 붙잡고 기어올랐다. 낮에는 더위 탓에 손과 발에 땀이 나서 미끄러워지기 때문이다. 한겨울 등반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번 등반에 참가한 콜드웰은 손가락이 하나 없다. 2001년 전기톱을 쓰다 왼손 두 번째 손가락을 잃었다. 2000년엔 키르기스스탄에서 암벽 등반을 하던 중 동료 3명과 함께 알카에다와 연계된 극단 이슬람 조직에 붙잡혀 수주 동안 인질 생활을 했다. 이들은 2010년 엘캐피턴에 도전했다가 3분의 1쯤 오른 지점에서 악천후 때문에 중도 포기한 적이 있다. 이듬해 조기슨이 등반 도중 떨어져 발목 골절상을 당하기도 했다.

이들은 공중에 매달린 텐트에서 자고 먹는 생활을 하며 19일 만에 등정을 완수했다. 엘캐피턴은 산기슭에서 914m로 솟구쳐 있다. 오른쪽 사진의 실선은 등반 경로. [AP=뉴시스, 콜드웰 페이스북]

 해발 2300m의 엘캐피턴은 산기슭에서 914m 높이로 솟구쳐 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두바이의 버즈 칼리파(828m)보다 86m 더 높다. 지금까지 엘캐피턴 정상에 오르는 루트는 100개 이상 개척됐지만 대개 로프와 고리못을 사용한 경우였다. 로프의 도움 없이 맨손으로 직벽 틈새를 붙잡고 오르는 ‘프리 클라이밍’에 성공한 경로는 10여 개 밖에 없었다. 그러나 엘캐피턴에서 가장 어려운 ‘새벽 직벽’은 지금까지 프리 클라이밍 등정을 허용하지 않았다. 1970년 고리못을 암벽에 박고 로프를 사용해 등정에 처음 성공했을 때도 정상까지 28일이나 걸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트위터 계정에 “등정을 축하한다. 당신들은 우리에게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는 글을 남겼다. 등반 전문가 리오 훌린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엘캐피턴을 1주일만 오르면 손에 피부가 남아나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고란 기자
[사진 AP=뉴시스, 콜드웰 페이스북]

* 사진 설명
미국의 암벽 등반가 토미 콜드웰(왼쪽 작은 사진 오른쪽)과 케빈 조기슨(같은 사진 왼쪽)이 14일(현지시간) 미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암벽 엘캐피턴의 ‘새벽 직벽(Dawn Wall)’을 맨손으로 오르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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