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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라! 공부] 문법 버리고, 말하기 연습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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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학생이 컴퓨터 앞에서 말하기 연습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내년 5월부터 토플(TOEFL)이 달라진다. 토플 시험을 주관하는 영어평가기관인 ETS는 최근 "인터넷 접속을 통한 출제방식(IBT.Internet-based TOEFL)으로 바뀐 새 토플을 내년 5월 한국.중국.일본에서 실시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름만 빼곤 전부 다 바뀐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교과서' 위주로 영어를 배운 한국.일본 등 아시아계 응시자에게 불리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국내외 대학 진학은 물론, 특목고 입시를 위해서라도 꼭 봐야 한다는 토플, 어떻게 바뀌는지 또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알아본다.

◆ 말하기 테스트 도입=새 토플(인터넷 접속을 통한 출제방식.IBT)의 가장 큰 특징은 말하기 영역의 신설이다.

ETS는 "대학 환경에서 의사소통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말 한마디 못하는 소극적 영어가 아닌 당당히 논리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영어가 필요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말하기 영역에선 여섯 가지 유형의 문제가 나온다. 첫째 특정 범주의 질문에 대해 의견을 밝히는 것이다. 중요한 인물이나 장소, 사건 또는 취미활동 등이 화제가 될 수 있다. 두 가지의 대립 행위 중 하나를 선택, 옹호하는 발언을 해야 하는 유형도 있다. 이 둘은 그나마 간단한 편이다.

읽기.듣기와 연계된 말하기 유형도 있다. 예를 들어 동물의 가축화에 대한 글을 읽고 관련 강의를 들은 뒤 "교수가 말과 영양떼의 형태에 대해 설명했다. 이를 가축화와 연결지어 설명하라"는 질문에 답해야 하는 식이다.

듣고 말하기도 있다. "여학생의 문제와 관련, 가능한 두 가지 해결책을 놓고 토론했다. 여학생의 문제가 무엇인지, 둘 중 어느 해결책을 선호하고 왜 그런지 설명하라"는 질문도 나온다. 대략 45~60초간 답변한다.

◆ 지문이 길어진다=듣기.읽기 영역의 지문이 모두 길어졌다. 듣기의 경우 기존 토플에선 길어봐야 2분 정도의 지문이 출제됐는데 새 토플에선 5분 분량의 강의(토론 포함)를 들어야 한다. 그래서 시험 시간도 30분 정도 길어진다. 영국.호주식 억양도 나온다.

읽기에선 현재 치르는 시험 지문의 두 배 분량인 700단어짜리 지문이 등장한다. 그러나 지문당 문항 수는 고작 12~14개다. 이전엔 11개 정도였다. ETS는 특별한 배경 지식이 필요 없어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만만치 않을 듯하다.

쓰기에도 영역 통합형 문제 유형이 추가됐다. 3분간 글(230~300단어)을 읽은 뒤 2분간 다른 관점의 말(230~300단어)을 듣는다. 그리곤 들은 내용을 요약하고 둘 사이 어떤 연관이 있는지 기술하는 것이다.

한국 학생들에겐 '효자' 영역이었던 문법이 빠졌다. ETS는 "말하기와 쓰기 영역에서 문법을 평가한다"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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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리적 의견 표현 중시=영어공부에 있어 혁명적 변화가 필요하다. 와이즈 아카데미 한효섭 원장은 "단순히 반복적인 문제풀이 위주의 영어 공부가 아닌 체계적인 언어 습득 및 이를 기반으로 한 논리적인 표현에 입각한 훈련이 절실하다"고 봤다. 그는" 새 토플은 응시자가 자신의 목소리 또는 글을 통해 의사를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전달해야 하는 만큼 다양한 주제에 대해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의사 표현 방법을 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교보토플 저자인 김상우씨도 "우수한 학생도 자신의 생각을 45초, 60초에 말하는 건 힘들어했다"며 "어떤 이슈는 1분간 정리해 남에게 말해보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술적인 측면에선 ▶들으면서 중요한 내용은 메모하고▶영어 타자를 빨리 칠 수 있도록 연습하는 한편 ▶다양한 억양과 이슈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CNN이나 BBC 같은 글로벌 뉴스 채널을 챙기라는 조언도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인터넷 시험 환경에 익숙해질 것을 강조한다. 즉 응시자가 컴퓨터 화면상에 뜨는 영어로 된 지시 사항을 이해해야 하고 헤드셋을 통해 지시문이나 지문을 듣고 답변하거나, 영어 타자를 쳐서 답을 입력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이런 환경에 적응돼 있지 않을 경우 시험이 실제 이상으로 어렵게 느껴지거나 평소 실력만큼의 성적을 거두기 힘들기 때문이다. 새로운 유형을 훈련하고 싶은 학생은 ETS 사이트에서 무료 샘플 테스트(www.ets.org/toefl/nextgen)를 받아볼 수 있다. 보다 심화 학습이 필요하다면 ETS 유료 사이트(www.ets.org/toeflpractice)를 이용할 수도 있다. 국내에서도 새 토플 대비 서적이 속속 발간되는 중이기도 하다.

고정애 기자 <ockham@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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