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들의 미와 기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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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새 세대의 희망과 기량을 키워주기 위한 잔치인 전국소년체육대회가 21일 전주의 덕진원두 메인 스타디움에서 막을 올렸다. 슬로건은 「선진질서·선진체전·선진조국」.
이번 대회에서 선수들이 입장할 때 종래의 군대식 행렬대신 자연스러운 행진을 한 것은 인상적이다. 내일의 주인공들에게 자유 분방한 분위기와 자율적인 질서를 익히고 일정한 틀의 강요를 없앴다는 점에서 좋은 착상 같다.
또 성적이 향상된 시·도에 성취 상을, 질서를 잘 지키는 팀에 질서 상을 주기로 한 것도 노력과 투지라는 과정을 중시하고 엄정한 질서를 존중하는 스포츠정신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평가할만하다.
특히 이번 소년체전이 큰 의의를 갖는 것은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에서 주역이 될 인재들이 그 기량을 선보임으로써 앞으로의 희망과 가능성을 가늠하는 척도를 제시해 주리라는 점이다. 4년만에 부활된 각 시·도 대항 종합채점제도 각 팀간의 경기에 보다 더 열기를 뿜게 함으로써 장래의 세계무대를 빛낼 인재를 눈여겨보고 키우자는 의도다.
국민의 관심과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도 이번 소년체전에 집중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정정당당한 경기로 좋은 성적을 보여주기 바란다.
그러나 소년체전의 보다 중요한 가치는 교육적 차원에서 생각해야한다.
그들의 실력이 얼마나 향상되고 어떤 기록을 올렸는지 못지 않게 얼마나 공명정대한 페어플레이를 하느냐하는데 큰 뜻이 있다. 최선을 다해서 있는 실력을 한껏 발휘했느냐하는 자세와 투지, 즉 과정이 중요한 것이다.
따라서 결과가 좀 뒤졌다해서 움츠러들거나 구박을 주어서도 안될 것이다. 종합 채점 제가 88올림픽을 앞두고 우수선수의 발굴이나 스포츠열기의 범국민적 확산을 위한 불가피한 조처임을 이해한다.
그래서 좋은 성적, 탁월한 선수의 발굴을 기대하면서도 지나친 승부 욕과 공명심에 집착한 나머지 페어플레이 정신이나 질서의식이 왜곡된다면 소년체전의 교육적 의의는 손상을 입게 될 것이다.
예년에 가끔 말썽이 됐던 「부정선수」시비나 이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안가리던 어른들의 추태가 새싹들의 깨끗한 잔치를 얼룩지게 하는 일이 결코 없어야겠다는 생각이다.
소년체전은 서로 모르고 지내던 각 지방의 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여 생활을 함께 하고 호흡을 같이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우정을 나누는데도 큰 의의가 있는 것이다.
경쟁과 승부만을 염두에 둔 나머지 타지방 선수를 적대시한다거나, 서로 어울리는데 갈등이나 이질감을 느낀다면 체전의 의의는 반감되고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다른 고장의 친구들과 친교를 맺고 정표를 나누며 그 고장의 풍습과 문화를 익히며 인심을 이해하는 계기가 된다면 더욱 뜻 있는 체전이 될 것이다.
이번 전극소년체전이 새싹들이 미와 기량을 겨루는 선의의 제전이 되고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을 향한 좋은 꿈나무를 충분히 발굴해내며 나아가서는 국민단합을 기할 수 있는 뜻 있는 장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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