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기술개발 투자의 촉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과학이나 「발명의 날」이 해가 다르게 그 의미를 달리해 가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과거처럼 의례적 행사의 의미를 벗어나 구체적이고도 현실적인 시대의 요청과 연관지으려는 각계의 노력이 뒷받침된 탓이다.
발명의 날만해도 그렇다. 지금까지의 통념에 따르면 이날은 단순한 교육적·전시적 의미가 우선되었고 참여자들도 주로 산업성·응용성보다는 시험적·기능적 발명에 머문 느낌이었다.
그러나 산업의 고도화가 진전되면서 국제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고도 기술사회의 진입여부가 경쟁의 성패를 좌우하게 되면서 기초·응용과학의 개발과 기술혁신은 한 사회의 기본적 동인으로 변모했다.
따라서 당연히 발명이나 특허의 개념도 달라져 그것이 개인적 성취감에 만족하기보다 사회적 자산으로 공유될 수 있는 것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근자에 와서 기업의 발명과 특허가 활발해지고 그것이 산업화·기업화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음은 바로 이런 추세를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개인적 연구와 노력의 결과가 사회 자산으로 공유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산업계와 학문의 협동이 가장 중요한 기본 전제가 된다. 우리는 이미 유수한 관영 연구기관들을 설립 운영해 왔고 많은 분야에서 연구의 과실도 얻어내고 있으나 산학협동의 범위와 심도는 더 확대되고 깊어져야할 소지도 많은 것이다. 이들의 연계를 강화하기 위한 재정의 뒷받침을 늘리고 더 많은 과학기술 브레인들이 산업계에 기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개인의 탁월한 능력과 착안이 기업화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이른바 모험투자 지원제도도 지금보다 확대되도록 각계의 참여가 긴요하다.
정부·여당에서 준비하고 있는 기술개발 투자촉진법안도 이런 여러 측면을 고루 포괄한 기본법의 골격을 갖추도록 각계의 지혜를 망라하기 바란다.
이 법안은 기업의 기술개발을 연수입금의 일정률로 의무화하고 이를 조세에서 차감 해주는 방식이 채택된 것으로 되어 있다.
현재의 기술개발투자 수준이 전반적으로 너무 낮아 이를 수입금의 일정률로 의무화할 경우 투자 자체는 늘어날 수 있을지 모르나 강제에 따른 실효의 저하가 우려된다. 기술투자의 수요는 산업간·업종간, 심지어는 기업규모 간에도 큰 격차가 있음을 고려할 때 획일적 의무화는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그보다는 업종·규모별로 기술혁신의 단계적 과제를 제시하고 기업과의 합의 아래 개발단계에 적합한 투자와 지원이 이루어지도록 조정하는 신축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우에 따라 사전적으로 기술개발투자 비율을 정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보다는 기술투자가 이루어진 부분에 대한 사후의 조세 감면제도 함께 운영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기술투자와 관련한 조세 지원제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어떤 형태로든 현실성 있는 규모의 기금을 확보하는 일이다.
여당의 촉진법안에는 84년부터 매년 4백억 원씩 5년 간 2천억 원을 기술개발 특별기금으로 확보하는 계획이 들어 있으나 과거의 경험으로 보아 언제나 정부 출연분이 그 관건이 되어왔다.
현재도 정부는 수많은 지원기금을 거느리고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폐지되거나 정비돼야할 부분이 너무도 많다. 따라서 기술개발 기금의 확보는 산업구조조정, 지원제도의 정비와 맥을 같이하는 차원에서 조속히 우선적으로 실현돼야할 과제다.
대기업과 선단기술개발, 중소기업과 기술혁신 또는 품질개선을 효과적으로 연결하고 지원할 수 있을 때 새로운 산업고도화가 가능하고 국제경쟁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길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