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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서독 폴리그라트 사 금속 표면처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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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뮌헨=김동수특파원】뮌헨. 한국사람에게 소개될 때는 맥주축제라든가 72년 올림픽이 있었던 도시, 아니면 독일문화의 중심지로 흔히 소개되는 곳이다. 그러나 이곳 역시 서독 대부분의 대도시가 그렇듯 과학과 공업기술이 축적된 공업도시이기도 하다. 뮌헨시내중심지에서 약간 벗어난 좀 한적한 길모퉁이에 금속표면처리부문에서 가장 앞선 노하우를 가졌다는 폴리그라트사가 자리잡고 있다. 종업원이래야 기술자와 실험실요원, 숙련공들을 합쳐도 1백50명 남짓한 자본금 2백50만 마르크의 대단치 않아 보이는 중소기업이다.
그러나 이런 규모만 가기고 그 기술수준까지 「중소기업수준」이라고 생각했다간 큰 잘못이다.
서독산업생산의 80%이상이 이런 규모의 중소기업에 의해 이루어지고 이른바 「대기업」들이 갖지 못한 첨단기술들을 이런 중소기업들이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크론 단위로 측정>
폴리그라트 역시 금속표면 처리분야에선 서독은 물론 유럽의 웬만한 큰 회사에 노하우를 거의 독점적으로 「납품」하는 첨단기술을 가진 회사다.
일반가정생활에 쓰이는 가전제품 등 생활도구에서부터 정밀기계의 부품산업·항공산업·전자산업·원자로산업·군수산업에 쓰이는 금속들이 표면처리상태에 따라 그 기능이나 품질·내구성 등이 크게 좌우된다.
금속표면처리란 쉽게 말해 일반생활용품이나 각종기계, 공업설비에 사용되는 쇠붙이의 가죽을 「매끄럽게」처리해 내는 과정이다. 다만 그 매끄러운 정도가 손가락 끝의 감각이나 눈으로는 식별할 수 없는 미크론 단위까지 측정되는 「현미경적」 처리라는데 일반적으로 인식되고 있는 금속표면처리기술과 차이가 있다.
흔히 사용되고 있는 금속표면의 처리는 쇠붙이를 깎아내거나 갈아내든가하는 기계적 처리에 의존하기 때문에 현미경적으로는 울퉁불퉁하다.
이처럼 울퉁불퉁한 표면을 가진 금속을 실제 생활이나 산업부문에 응용할 경우, 그보다 처리가 더 잘된 금속과는 그 내구성·품질·효용 및 생산성이나 경제성에서 커다란 차이가 있다.

<부식·산화도 방지>
기계공업이라든가 정밀공업분야에서 쓰일 경우 표면이 울퉁불퉁하다는 것은 그만큼 기계의 마찰도가 늘어나고 마모도가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만큼 기계의 기능이 떨어지고 에너지의 소모량도 늘어나는 것이다.
간단한 의료기기의 예를 들어도 마찬가지다. 외과용 수술기구의 표면이 단순한 기계처리로 다듬어져 미크론 단위까지 처리되지 않았을 경우 사용표면의 울퉁불퉁한 틈새에 박테리아 등의 미생물이 붙어 있을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
전자공업에서도 역시 표면의 상태에 따라 전기적인 접촉이 양호해질 수도 있고 불량해질 수도 있다. 접촉이 나쁘면 전기의 흐름도 원활하지 않으려니와 전력의 소모량도 많아진다.
이처럼 사용부문에 따라 그 장점이 각기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모든 응용분야에서 얻을 수 있는 이점은 금속표면처리가 완벽할 경우 녹슬거나 부식되는 산화과정을 크게 늦출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이점 때문에 최근의 금속표면처리는 재래의 절삭·연마 등의 기계적인 방법보다는 전기 화학적인 처리방법을 많이 이용하고 있다.
이 전기 화학적인 처리방법(일렉트로리틱 폴리싱)은 기술적으로는 금속도금의 과정을 연상하면 이해하기 쉽다. 다만 금속의 도금이 일정한 화학용액에 전류를 통해 다른 금속을 부착시키는 것인데 비해 그 반대로 금속의 표면을 깎아내는 방법이라는 점이 다르다.
미·일도 못 따라가
이 전기 화학적인 처리기술이 처음 응용된 것은 2차 세계대전 이전부터였지만 산업용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15년 밖에 되지 않는다. 그 전까지는 주로 금속의 광택을 내기 위한 장식용으로만 쓰였다.
현재 금속표면을 정밀하게 처리하는데는 모두 이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데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아직 서독 폴리그라트사의 기술을 못 따르고 있다고 회사측은 밝히고 있다.
미국의 경우 금속의 표면은 서독과 마찬가지로 5∼50 미크론 수준까지 처리할 수는 있지만 아직 능률이나 가격 면에서 플리그라트를 따르지 못하고 있다는 게 이 회사의 설명이다.
플리그라트는 특수합금을 비롯한 거의 모든 금속의 표면처리기술을 갖고 있다고 기술책임자인 「지그프리트·피슬링거」씨는 설명했다.
그는 폴리그라트사가 금속표면처리기술에서 유럽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으며 아시아나 미국 등지에서 유럽의 다른 회사에 처리의회를 해 오더라도 결국은 자기네 회사로 돌아오는 수가 많다고 회사의 기술수준을 자랑했다.
「피슬링거」씨의 설명에 따르면 전기화학적인 처리기술의 원리는 어떤 경우건 마찬가지다. 인산이나 황산. 또는 산화크롬 용액과 압콜등을 섞은 화학용액에 금속을 넣고 전류를 흘리는 것 등은 똑같다. 폴리그라트사는 이 용액의 비율과 거기에 자기네가 연구해낸 특수첨가제를 더 넣어 훨씬 양호한 효과를 얻고있다고 밝혔다. 「피슬링거」씨는 표면처리가 잘된 금속이 경제적이라는 예로서 일반가정이나 공업용으로 많이 쓰이는 스테인리스를 들었다. 그에 따르면 일반강철이라도 표면처리만 잘하면 「비싼 스테인리스」를 쓰지 않고도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는 응용분야가 많다는 것이다.
이런 기술수준 때문에 폴리그라트사가 서독에서 정밀성을 요구하는 금속을 사용하는 산업분야에 관여하지 않은 부분이 거의 없다.
지멘스를 비롯, 다임러, 벤츠 등 유수한 기업들의 가정용기기·전자제품·산업장비·자동차부품의 표면처리는 물론 원자로 내부의 철판, 탱크의 포신에도 폴리그라트의 기술이 응용되고 있다.

<유럽시장 80% 차지>
또 서독에서는 이미 설치돼 산업발전중인 원자로 내부의 냉각장치에 대한 표면처리 의뢰가 들어와 현재 그 가능성을 검토중이라고 말하며 원자로 냉각장치에서 금속표면처리를 더욱 정밀하게 해야하는 이유를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철판의 표면이 미크론 단위까지 처리되지 않을 경우 울퉁불퉁한 틈새에 기포가 형성돼 방사선이 축적될 우려가 있는데 폴리그라트의 기술을 사용하면 그 위험을 10%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피슬링거」씨로부터 이런 설명을 듣고 있는 동안 이 회사 사장인 「에리히·스토에코」씨가 손목시계에 쓰이는 작은 구멍들이 뚫린 노란 금속판을 들고 나타났다.
스위스로부터 처리 의뢰를 받은 것인데 그 스위스시계회사는 『한국의 유수한 시계메이커로부터 처리 의뢰를 받아 이것을 표면처리 한 다음 한국으로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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