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경북도청 이전 1년 연기에 이사한 공무원 출퇴근 고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1면

이전이 늦춰진 안동시 경북도청 신청사 현장.

경북도청 7급 직원 A(37)씨는 도의 방침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 생고생을 하는 경우다. A씨는 지난해 말 도청을 이전한다는 방침을 철석같이 믿고 안동 지역 아파트를 분양받아 지난해 11월 입주했다. 그런데 경북도는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이전 시기를 슬그머니 1년 늦췄다.

 A씨는 요즘 월요일 오전 7시30분쯤 안동시 옥동의 아파트를 나선다. 자동차로 한 시간 넘게 달려 도청으로 출근하고 주중에는 도청 인근 원룸에서 지낸다. 그는 안동의 아파트를 새로 사느라 대구의 집을 불가피하게 처분해야 했다. A씨는 졸지에 역출근하는 주말부부가 되고 경제적으로도 부담을 떠안았지만 도청에선 누구도 그의 고충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도청 이전 시기가 당초 약속보다 늦춰지면서 빚어진 선의의 피해자다.

 이런 피해자는 A씨뿐만이 아니다. 안동으로 이사간 도청 직원은 더 있다. 대부분 재직 기간이 많이 남은데다 대구 집을 팔지 않고는 안동에 새 집을 마련할 수 없는 30∼40대 직원이다. 2월과 3월께는 안동시 옥동 효성해링턴과 당북동 센트럴자이 아파트도 입주가 예정돼 있어 이런 피해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북도는 이런 직원이 몇 명이나 되는지 현황 파악도 하지 않은 상태다.

 도청 이전 시기가 늦춰지면서 말도 많고 탈도 많다. 경북도는 당초 이전 시기를 경상도 개도 700년인 2014년으로 잡았다. 도청 신청사 준공도 지난해 10월로 잡혀 있었다. 그러나 하수도 등 기반시설과 주택·학교 등 정주여건 조성에 차질이 빚어졌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새출발위원회는 도청 이전 시기를 늦출 수 있는 ‘길’을 열었다. 그때부터 개도 700년에 도청 이전을 완료해 상징성도 살리고 신도시를 조기 정착시키자는 명분은 사라지고 일정은 모두 늦춰졌다.

 현재 도가 조정한 이전 시기는 오는 7월 이후다. 도 본청과 도의회·소방본부 등이 7월 이후 이사를 본격 시작해 10월에 마무리한다는 일정이다. 이를 위해 도청신도시본부는 어느 실·국이 먼저 이사할지 이달 중 이사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층별로 들어가거나 산격 청사의 별관을 먼저 옮기는 방식 등이 논의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4일 선발대로 옮겨간 도청신도시본부 직원들도 숙식 등 고충이 이만저만 아니다. 선발대원 39명 중 14명은 대구에서 매일 오전 7시30분 통근버스로 출근하고 있다. 일부는 도청 직원들이 사놓은 안동 학산아파트에서 전·월세를 산다. 또 일부는 안동시가 제공한 서하동 하수처리장 관사를 쓴다. 식사는 신도청 함바식당에서 점심만 해결한다. 통근버스를 타는 직원은 새벽밥을 먹고 있다.

 일부 도청 직원은 이전을 앞두고 고민이 많다. 특히 자녀가 어리고 남편은 대구에 직장이 있는 여직원의 경우다. 그래서 여직원 중에는 경북대로 옮겨간 이도 있도 직급을 낮추면서까지 대구 인근의 시·군으로 전출하기도 했다. A씨는 “도청 이전을 앞두고 더이상 고생하는 직원이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송의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