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특보단, 청와대 안의 야당이 되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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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기자회견에서 특보단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주요 부문의 특보들을 통해 청와대 밖 여론을 듣고 전문 식견을 넓히며 국회 등과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포석이다. 소통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대통령으로서는 ‘자기 개혁’의 첫 조치에 해당하는 것이다.

 특보단의 취지가 실현되려면 인선과 운용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특보단은 집행부서인 내각 그리고 대통령 보좌기구인 수석비서관들과 중복되지 않는 독특한 영역을 확보해야 한다. 그렇다면 ‘분야별 경험과 식견을 갖춘 청와대 안의 야당’으로 기능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1970년대 박정희 대통령이 운용했던 10인 내외의 특보단은 이런 기능을 수행했다. 대통령은 철학자 박종홍, 새마을운동 선구자 박진환, 국제정치 전문가 함병춘 등 존경받고 학식 있는 인재들을 초빙했다. 함 박사 같은 이를 설득하기 위해 김정렴 비서실장은 삼고초려를 마다하지 않았다. 함 박사는 정권의 재목이 되었고 훗날 아웅산 테러 때 순국했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막걸리 저녁에서 특보단은 ‘쓴소리’를 적잖이 개진했다고 한다. 박정희 대통령은 이들 외에 비공식 교수자문단을 운영했으며 이들도 까다로운 사항을 건의했다.

 이후 역대 정권은 종종 특보단을 운영했다. 하지만 상당수가 당·청 고위직을 그만둔 이를 위한 위인설관(爲人設官)이나 ‘회전문’에 그쳤다. 이명박 정권에서는 경제 강만수, 정무 맹형규, 언론 이동관, 사회 박형준 특보가 있었는데 장관이나 청와대 수석을 지낸 이들이었다. 이들 중 일부는 해당 수석비서관과 업무상 갈등을 빚기도 했다. 특보조직이 오히려 정권에 부담을 준 것이다.

 박근혜 특보단은 친박계 등 정권 주변인사를 위한 낙하산 자리가 되어선 안 된다. 현재의 청와대에는 ‘예스 맨(yes man)’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는 지적이 많다. 수석들은 대통령과 상하관계여서 직언에 한계가 있을 것이다. 특보단은 수평적 관계의 차원으로 사심 없이 대통령에게 조언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성공 여부는 대통령의 활용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