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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식의 시 『파도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이달의 시중에는 강우식씨의 『파도조』(현대문학)·김유신씨의 『농부』(한국문학)·김광림씨의 『운정역에서』(한국문학)·이유경씨의 『달을 보면서』(시집「초낙도」중) 등이 평론가들의 주목을 받았다.
강우식씨의 『파도조』는 여러편의 사행시로 이루어졌다. 이중 다음의 사행시는 눈길을 끈다.
「물맛으로 여자가 우니까 만상이 다 그 소리에 홀렸다/텅빈 세상에 자궁처럼 얼룩진 달이 떳다/어느 현자 하나가 나타나 가지도 없이 열린/감하나 먹겠다고 장대를 흔들고 있었다」
물과 여자는 생명의 원천으로 해석되고 있다. 성을 통하여 생명의 원천으로 접근하고 있으며 달·감 등의 자연은 성의 완성을 암시하고 있다. 생명의 원형인 성에 대한 시적 표현과 완성에의 의지는 강씨의 시속에 계속해서 나타나는 것이다.
이와 대비되는 것으로 성에 대한 무책임성, 인간이 단순한 섹스의 도구로 타락하는 과정을 그린 사행시도 함께 실렸다. 이것은 성의 타락에서 빚어지는 아픔을 이야기한 것이다.
「몸뚱이는 수백개의 팬지꽃으로 멍들고/입가에 흐르는 피 바닷물에 씻으며 흐느끼며/꼽사등 계집하나가 파도에 객이여/파랗게 걸린 꼽사등 해안을 하고 있었다.」
사회에서 성적으로 학대받고 소외된 여인의 모습이다.
성에 의한 완성과 타락이라는 양면성을 지닌 시대의 모습을 그리면서 생명의 아름다움으로서의 성을 추구한다.
김유신씨의 『농부』는 「저마다 펼치는/세상살이 빛깔」중에서 농부의 빛깔은 어떤 것일까를 생각한다. 김씨는 농부의 삶이 오로지 참으면서 산다는 것이라고 본다.
김광림씨의 『운정역에서』는 3월 눈내린 역에서의 헤어짐을 삶속의 숙명적인 헤어짐으로 확대시키고 있다.
「취기가 도는/오팔세의 그와/오오세의 나는/심일분의 간격으로 엇갈린다/우리는 어차피/세치의 거리를 두고/헤어질 수 밖에 없다」
이유경씨의 『달을 보면서』는 그가 최근 프랑스에 있으면서 쓴 시. 달을 보면서 그는 자기자신의 생각이나 그를 둘러싼 사회속에서 「갇힌 자」였다는 것을 느낀다. <도움말 주신분="윤재걸·최동호">

<작가와의 대화|"시를 좀더 재미있게 쓰려고 노력">
『요즈음의 시들을 보면 한결같이 잘 다듬어지고 매끈합니다. 마치 큰 회사에 근무하는 샐러리맨처럼 세련되어 있다고나 할까요. 그러나 시란 본질적으로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자기만의 독특한 세계를 구축할줄 알아야 합니다.』
강씨는 그러면서 김수영씨가 「풀」을 노래하니까 많은 시인들이 「풀」을 소재로한 시를 쓰기 시작한 것을 이야기하며 그것이 따라가기식의 가까웠다고 말한다.
물론 풀잎에 대한 많은 이미지의 변주노력이 있기는 했지만.
66년 「사행시초」로 문단에 나온 그는 20년 가까이 끈질기게 사행시를 고집해온 시인이다. 그는 사행시가 우리민족의 율조의 근원에 맞아드는 형식이라고 믿고 있다.
강씨의 시세계는 시집 『고려의 눈보라』에서 보여준 국토와 민중에 대한 사랑과 『꽃을 꺾기 시작하면서』에서 보여준 성에 대한 탐구다. 강씨의 시중에서 성에 관한 것은 독특한 것으로 주목을 끌고 있다.
『꽃이라는 정적인 대상에 성이라는 동적인 것을 주입시켜 새로운 미학을 창출하려는 노력이었읍니다. 성의 문제는 시에서 다루기 어려운 것으로 생각하고 있읍니다만 오히려 시속에서 성의 생명력과 건전한 힘을 부각시킬수 있다고 봅니다.』
성에 대한 거리낌없는 표현때문에 오해도 받았다고 웃으면서 말하는 강씨는 그러나 성에 대한 시적인 고양된 표현이야말로 가장 인간적인 아름다움을 찾는 길이라는 생각에 집착하고 있으며 이 작업을 더 발전시켜 아름다운 시를 얻기 원한다고 말한다.
『최근 제가 느끼고 있는 것은 시의 해프닝입니다. 해프닝적인 시도없이는 우리시가 천편일률적이 될 위험이 짙습니다. 7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많은 시인들이 시를 알기쉽게 쓰려고 노력해 왔읍니다. 그런 상황속에서 저는 시를 재미있게 쓰려고 나름대로 심혈을 기울였읍니다. 그 까닭은 「엘리어트」가 「시는 고급오락」이라고 보았고 「칸트」가 예술유희설에서 「시는 미적 쾌락」으로 본 것과 같은 생각이었읍니다.』
새로운 세계를 보여줌이 시와 독자와의 거리를 좁히고 유쾌하게 시를 감상할수 있게 한다는 생각이다. 강씨는 현재 성균관대에서 강의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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