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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 연극?…별난 공연 '백 투 더 프레즌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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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홍익대 앞 클럽처럼 신나고 유쾌하면서도 어딘가 슬픔이 묻어나는 ‘백 투 더 프레즌트’의 한 장면. 7일부터 사흘간 서울 아르코 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요즘 대학로 아르코 예술극장(구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옆 야외 카페는 밤마다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16일까지 진행되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예술감독 김광림)의 개별 공연이 끝난 뒤 출연진과 스태프들이 모이는 뒤풀이 장소가 된 것. 이들은 최근 대학로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박근형 감독의 연극 '서쪽부두'에 대해 호평을 하는가 하면, 논란이 됐던 개막작 '맥도널드의 광대-로널드 이야기'에 대해선 목소리를 높이며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앞으로 보여줄 공연에 대한 기대감도 나타나는데,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이 '백 투 더 프레즌트(Back to the Present)'란 공연이다. "홍대 앞 클럽 같다며" "엄청 야하대. 18세 이상 관람가라는데" 등등.

'백 투…'는 춤과 노래, 그리고 연기와 영상이 혼합된 공연이다. 그러나 특별한 스토리는 없다. 뮤지컬이라 부를 수 없는 이유다. '무용+연극'이란 말로 이 공연은 소개된다.

'백 투…'를 이해하기 위해선 우선 안무가 마크라스 콘스탄자(35)의 경력을 알 필요가 있다. 그녀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 출신이다. 공부는 미국 뉴욕에서 했다. 무용과 패션을 함께 했다. 이후 독일 베를린으로 건너가 유럽 각지의 무용수를 한데 모아 '도키 팍 컴퍼니'란 단체를 결성했다. "현대 무용만으로 표현의 한계가 있다. 새로운 표현 양식을 고민해야 한다"며 무용수들을 설득, 노래와 연기를 가르쳤다. 그리곤 2003년 정식 공연장이 아닌, 폐쇄 결정이 난 베를린 한복판 백화점 안에서 '백 투…'를 공연했다. 낯선 공간에서의 별난 공연은 새로운 감수성으로 다가와 독일의 젊은이들을 사로잡았다. 이 때의 호평 덕분에 '백 투…'는 지난해 아비뇽 페스티벌에 초청됐고, 세계 공연계에 자신들을 알릴 수 있게 됐다.

'백 투…'의 내용은 한마디로 '저릿한 유쾌함'으로 축약될 수 있다. 우선 유쾌하다. 발을 까딱거리게 하는 본 조비의 '리빙 온 어 프레이어(Living on a Prayer)', 엘비스 코스텔로의 '아이 원 유(I want you)'등이 흘러나온다. 이런 곡을 출연진들이 직접 부른다. 청바지를 입고, 때론 오렌지색 옷을 입기도 하며 심지어 홀딱 벗기도 하는 이들은 구질구질한 일상을 벗어나고픈 욕망을 한껏 드러낸다. 마치 개그를 연상시키는 듯한 화면이 영상으로 처리되면서 공연장은 엄숙한 무대가 아닌 클럽으로 탈바꿈한다. 독일의 한 비평지는 '백 투…'를 이렇게 묘사한다. "이 혼란스럽고 쓰레기 같은 로맨틱한 놀이터는 베를린 보헤미안 예술가들의 세계를 정확히 반영한다."(Theater Heute)

만약 여기서 그쳤다면 '백 투…'는 단지 쇼일 뿐일 것이다. 그런데 한창 신나게 놀고 나면 어딘가 허망함이 찜찜하게 묻어난다.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안간힘을 쓰지만 일상은 여전하고, 기존 질서에 대해 저항하려고는 하지만 그 힘은 어딘가 미약하다. 짐짓 가벼운 척 하지만 자본주의와 문명에 대한 날카로움을 유지하는 이 부분에서 '백 투…'는 예술로 승화된다. 김광림 예술감독은 "겉으론 신나게 노는 듯 보이지만 취업도 어렵고, 미래도 불투명한 한국의 20대들이 보면 충분히 공감할 듯 싶다"고 전했다. 02-766-0228.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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