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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유통 매출 2020년 1조2000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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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정몽규(사진)식 유통 실험’이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현대산업개발 정몽규(53) 회장은 12일 서울 용산의 현대아이파크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유통 분야에서 2020년까지 1조2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창립 10주년을 맞은 아이파크몰 2개층에 ‘시내 면세점’ 유치를 추진하고, 이를 통해 몰의 컨셉을 쇼핑과 문화가 결합한 ‘글로벌 어뮤즈먼트 몰’로 만들겠다는 게 발전 전략의 핵심이다. 정 회장은 “쇼핑 위주의 기존 면세점과 달리 캐릭터전시관·애니메이션스튜디오 같은 다양한 관광컨텐트로 가득한 새로운 개념의 면세점으로 입찰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근에 비즈니스호텔 단지, 이태원·남산공원 같은 외국인 관광명소가 모여 있는 용산의 지리적 장점도 강조했다.

 정 회장은 2005년 문을 연 서울 용산역 아이파크몰을 운영하며 독자적인 유통 실험을 해왔다. 기존의 대형 백화점 같은 브랜드 구성 대신 ‘나홀로 백화점’만이 내세울 수 있는 차별화 전략을 택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가구 전문관, 고급 악기나 어른용 장난감 전문관처럼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대형 매장을 열었다. 큼직큼직한 공간을 이용해 유니클로·자라·H&M 같은 세계 3대 패션 SPA(기획·생산자가 유통·판매까지 하는 브랜드)도 몰로 끌어들였다. 워터파크·아이스링크 같은 놀이시설도 접목했다. 가장 인기있는 ‘옥상 풋살(5인용 미니축구) 경기장’은 대한축구협회장인 정 회장이 직접 아이디어를 냈다. 올해는 영국 프리미어리그 첼시 구단과 함께 유소년 축구학교를 열고, 유소년 축구단도 만든다. 이런 실험을 거듭하며 2005년 550억원이던 아이파크몰의 매출은 지난해 2400억원으로 오르면서 경상이익(영업이익에 영업순이익을 더한 것) 흑자 95억원을 기록했다.

 정 회장은 “앞으로도 기존 유통업체와는 다른 길을 걸을 것”이라며 “현대산업이 지금까지 (‘아이파크’ 아파트 같은) 주택 개발에 치중했는데 상업 용지와 도심 재개발에 더 중점을 두겠다”고 했다. 부동산 자산 가치를 높이는데 치중하겠다는 설명이다. 그는 “유통도 (부동산 개발처럼) ‘장소’가 중요한 사업”이라며 “10년 아이파크 운영 경험과 주택개발 노하우를 접목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산업개발의 부산 해운대 수영만 요트경기장 개발사업과 접목해 해양과 레저를 테마로 한 아이파크몰 2호점을 2018년에 부산에 개점하는 것도 이런 전략의 일환이다.

 면세점을 중심으로 ‘글로벌 식도락’을 내세운 세계 음식 테마관, 한국식 첨단 정보기술(IT)관 등 새롭게 선보인 용산 아이파크몰의 향후 청사진이 외국인이 많이 모이는 곳이자 관광버스용 대형 주차시설 확보가 가능하다는 입지를 고려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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