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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범행"치곤 너무 치밀| 석연찮은 남편 독살자백…「배후」로 돌려진 수사방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을지병원 독살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이 사건이 범행을 자백한 숨진 염씨의부인 김양주씨(39)의 단독범행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범행이 치밀·대담하게 계획됐고 배후 조종인물이 없이는 범행이 어려운점등 의문점이 많아 배후인물에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또 범인 김씨가 이번 범행이 강동카바레 독살사건을 모방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요구르트나 우유에 독을 넣어 2차례나 연쇄독살기도사건을 저질렀고 협박편지를 써두는등 수법의 유사성이 많고 특히 염씨가 강동카바레사건이 발생하기 5일전인 3월12일 교통사고를 당해 이틀후 부인 김씨가 어떤 범행을 계획했다는 점을 중시, 김씨가 강동카바레에나타나 요구르트를 맡겼던 장본인일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중이다.
경찰이 김씨의에 또다른배후인물이 있을것으로 보는 이유는 ▲남편 염씨가 생명보험금을 가족에게 타게하려고 자살을 자청했다면 부인 김씨가 아들을 병원밖으로까지 불러내 독이든우유를 염씨 몰래 병상에 갖다두게할 필요가 없고▲남편몰래 남편명의로 생명보험에 들어 1년치 보험료를 선납한점▲범행후 외부에 전화를 여러차례 걸어 심각한 대화를 나눴다는점▲사건전날밤 시흥에 갔다왔다는 김씨의 행적 알리바이를 범행자백후에도 밝히지 않고있는점▲숨진 염씨가 자신의 생명을 포기하면서까지 부인김씨의 편안한 삶을 바랐을 가능성이 희박하고▲평소 부부생활이 원만치않아 부부싸움을 할때마다 김씨가 남편의 무능을 탓하며 『죽어버리라』고 말해왔고 다른남자와의 접촉이 많았다는점 등이다.

<수법상 의문점>
경찰은 또 김씨의 IQ가 1백정도이며 교육수준도 낮아 치밀한 독살미수극에서부터 남편살해에 이르기까지 보여준 일련의 범행수법이 김씨혼자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보고있다.
남편 독살에 앞서 13,16일 2차례의 예비범행에서는 김씨가 누구를 꼭 죽이려는 목적이 아니라 강동카바레 사건때와같은 무동기 살인의 충격을 세상에 던지고 수사방향을 혼돈시켜 자신들의 범행을 은폐하려는데 목적이 있었다고 보고있다.
또 김씨는 남편의 주민등록증을 무단전출시킨뒤 장기간 방치, 말소케한 점등 치밀한 계획이 지능이 낮은여자혼자로서는 해내기 어려운것으로 경찰은 분석하고있다.
김씨는 경찰진술에서 강동카바레 독살사건은, 소문을 들은일도 없고,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안사실도없다고 애써 강조하고있어 더욱 의혹을 짙게하고 있다는것.
따라서 경찰은 김씨가 강동사건이 보여준 여러가지범죄요소를 충분히 익히고 이를 모방했거나 강동사건과 관련이있는 것으로 보고있다.

<외부연락및 외출>
경찰은 김여인이 ▲지난20일 남편이 수술을 받을때 그전날인 19일부터 병원에 찾아가지 않고 수술이 끝나서야 화려한 옷차림으로 나타난점이 가장 의심스렵고 ▲남편이 숨진뒤에 병원근처 공중전화에서 여러차례 외부와 전화통화를 한상대가 공범자가 아닌가 보고 추궁중이다.
또 친정언니집에 간다며 7시간이나 공백을 두면서도 그 동안의 행적을 말하지않아 화장품 대리점종업원 박모씨(38)를 불러추궁중이다.

<합의살인여부>
형법상의촉탁 살인(제252조)의 경우 1년이상 10년이하의 징역형에 해당되며 보통살인은 사형·무기 또는 5년이상의 중형에 처할수있어 형량에 큰차이가있다.
경찰은 김씨가 죽은사람은 말이 없다는것을 믿고 지금까지 독살의 동기제공을 죽은 남편에게 돌려 살인의 종류, 이에 따른 형량, 정상참작등을 고려할만큼 누군가가 김씨의 범행후 진술등을 조종하고있다고 보고있다.
경찰은 특히 남편의 부탁에 의해 살해했다는 김씨의 진술을 뒷받침하기위해 증인을 찾았으나 남편염씨가 죽겠다고 한말을 김씨이외에 들은 사람을 찾아내지 못하고있다.

<강동카바레사건>
경찰은 사건당일 40대여인이 요구르트를 자신에게 맡겼다고 진술한 유일한 목격자 김명숙양(19·옷보관소종업원)을 시골고향인 전북남원에서 불러 김여인의 사진대조를 하기로했다.

<검거경위>모자진술 엇갈려 덜미잡혀
경찰은 김씨가 ▲지난16일독살기도사건이후『기자도 안오고 신고사건이 흐지부지 되는것같다』고 불평했고▲남편이 숨졌는데도 의외로 침착하며▲독살사건이 보도된 신문을 열심히 보며▲경찰의 접근에 겁을 내는등 이상한점을 찾아내고 김씨의 행적을 조사했다.
경찰은 25일의 김씨 행적중 『시흥 언니집에 들러 하오9시쯤 병원에 돌아왔다』는 부분이 허위임을 밝혀내고 추궁했으나 김씨는 끝내 부인했다.
경찰은 범인의 몽타지 작성과정에서 횡설수설하는 진성군을 27일상오 어머니김씨와 분리,조사를 벌이자 자신이 거짓말 했던것을 순순히 자백했다.

<범행>전화는 중국집서
▲4월23일=김씨는 하오4시30분쯤 서울구로3동1127의3 한진화공약품상사(주인 백오현·47)에서 2천5백원에 청산가리 9백50g을 구입했다.
한진화공약품은 김씨의 라피네화장품 대리점에서 1·5km떨어진 곳으로 김씨는 평소 지나다니며 눈여겨 보아두었다.
김씨는 구입한 청산가리를 비닐봉지에 넣어 화장품대리점 천장에 숨겨두었다.
▲24일=김씨는 하오4시쯤 서울한강로3가40 구멍가게(주인 김명순·46)에서 1천원에 B 초코우유5개를 샀다.
김씨는 이어 하오6시쯤 화장품 대리점에 왔다. 김씨는 우선 바로 이웃인 경기쌀상회(주인 이덕헌·42)에가 저녁밥을 짓고있는 부인 정계자씨(38)에게 『망치가 있으면 좀 빌려달라』고 했다.
김씨의 말에 정씨는 아무런 의심없이 10일전 쌀가게에 2층다락방을 만들기위해 바로옆 목공소에서 빌어다 둔 길이 25cm가량의 쇠망치를 건네 주었다.
김씨는 화장품대리점 책상위에서 구입해둔 청산가리 9백50g중 3개 (75g)를 쇠망치로 잘게 부수었다.
김씨는 30분쯤뒤 태연하게 쇠망치를 빌어온 정씨에게 『잘썼다』며 가져다주면서 정씨가게에서 30분동안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정씨에 따르면 김씨는 이때 『대리점총무 박모씨가 돈을 함부로 빼내 쓰는등 대리점운영을 부실하게해 어려운 지경이다. 박씨를 갈아치워야겠다』는 말을 했다는 것.
김씨는 이날 밤9시쯤 종로5가183의2 동서약국(주인 이병주·30)에서 1회용 주사기 1개를 70원에 구입했다.
김씨는 다시 대리점으로와 작게 부순 가루 청산가리를 물에타 주사기를 이용, 초코우유5봉지에 주입시켰다.
김씨는 또 종류를 알수없는 약 캡술7알에서 내용물을 빼내고 대신 청산가리가루를 넣었다.
하오10시쯤 김씨는 자기집에서 검정볼펜으로 협박편지를 작성했다.
▲25일=병원에서 아들 진성군과 함께 잠을 잔 김씨는 아침7시쯤 진성군을 화장품대리점으로 데려갔다.
김씨는 진성군에게 『어제저녁 아빠가 엄마말 잘들으라고 한말 잘알고 있지?』라며 『엄마가 시키는대로 해야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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