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누럴 땐 간 질환, 입냄새 심하면 신장 이상 신호죠

중앙일보

입력

부부는 인생에서 가장 긴 시간을 함께하는 동반자다. 오랜 세월 서로를 지켜보는 유일한 존재다. 그만큼 배우자는 내 건강을 챙기는 주치의이자 든든한 ‘헬스 체커 (Health Checker)’다. 자칫 키울 수 있는 질환을 조기에 잡아낼 수 있다. 게다가 서로의 건강을 체크하는 습관은 부부 간 애정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국립암센터 이찬화 암예방검진센터장과 강동경희대병원 한방내과 고석재 교수의 도움말로 부부가 서로 확인할 만한 건강 체크 포인트를 짚어봤다.

[일러스트 김회룡 기자]

서로 얼굴을 들여다보자

얼굴은 눈으로 볼 수 있는 신체 건강정보를 가장 많이 담고 있다. 예컨대 얼굴빛이 평소에 비해 유난히 하얗다면 빈혈일 가능성이 크다. 얼굴 쪽으로 산소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서다. 얼굴이 보랏빛을 띤다면 혈액순환이 좋지 않다는 증거다. 또 광대나 코 쪽이 유난히 불그스름한 것도 혈액순환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다. 얼굴빛이나 눈의 흰자가 누렇게 변하는 것은 간 및 담낭질환을 암시하는 증상이다. 얼굴이 흑빛이 돈다면 신장병이 있다는 신호다. 여성은 세면 후 민낯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

유방암 조기 발견은 남편의 몫

유방암은 자가진단으로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실제 자가진단으로 유방암을 발견한 여성의 상당수는 남편의 도움을 받았다. 한 달에 한 번 단 몇 분만으로 자가진단을 할 수 있다. 진단 시기는 유방이 민감해지거나 커지지 않은 생리 직후가 가장 좋다. 누운 상태에서 팔을 베개 베듯 머리로 올린 뒤 가운데 세 손가락으로 유방을 눌렀을 때 응어리나 단단한 느낌이 있는지 확인한다. 눌렀을 때 평소와 다른 이물감이 느껴진다면 정밀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갑자기 살이 확 빠졌네?

체중 변화는 건강상태와 연관이 깊다. 체중이 한두 달 새 5~6㎏ 이상 빠졌다면 당뇨를 의심할 필요가 있다. 물론 암이 걸렸을 때도 체중이 급격히 준다. 하지만 당뇨 역시 체중 변화로 체크하기 좋은 질환이다. 남편이 40~50세라면 특히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 평소보다 물을 많이 마시고 밤에 화장실을 자주 가는 증상까지 동반한다면 당뇨병일 가능성이 크다. 당뇨병이 생기면 다리에 이상 감각을 느끼기도 한다. 말초혈관으로 가는 혈액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찌릿찌릿한 느낌이 생긴다.

잠버릇 서로 꼼꼼히 따지자

혼자 스스로는 알기 어려운 것 중 하나가 잠버릇이다. 부부 간 서로 잠버릇을 체크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 등을 알아볼 수 있다. 코골이가 심하다고 잠자리를 따로 갖는 등 피하는 대신 유심히 살펴보고 치료를 받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수면무호흡증은 수면 중 저산소증을 초래해 다양한 심폐혈관 합병증으로 악화될 수 있어 그냥 지나치면 안 된다. 잘 때 호흡이 멈추는 증상이 계속되면 병원 수면클리닉에서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함께 식사하는 시간을 자주 갖자

부부가 마주 앉아 식사하는 시간을 자주 갖는 것도 건강 체크 포인트 중 하나다. 식습관 변화만으로도 병을 조기에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된다. 평소보다 음식 삼키는 것을 힘들어 한다면 식도에 암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 부드러운 음식을 먹는데도 삼키기를 버거워하는 경우에는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또 암환자는 암 진단을 받기 전 갑자기 식습관이 변하는 경우가 있다. 고기를 즐겨 먹지 않던 사람이 눈에 띄게 고기를 찾으면 면밀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나는 모르는 입냄새

입냄새는 심해져도 정작 본인은 모를 때가 많다. 혈액 속 노폐물과 유독물질 중 물에 녹는 것은 소변으로 나오지만 물에 녹지 않는 휘발성 물질은 폐를 통해 입으로 나온다. 신장 기능에 이상이 있는 사람은 숨을 쉴 때 암모니아 냄새가 나곤 한다. 암모니아가 소변을 통해 배출되지 않고 숨으로 나와서다. 당뇨가 심해지면 숨쉴 때 달콤한 냄새가 나고, 중증 간질환자는 간성 구취라고 해서 역한 냄새가 난다. 장 폐색 등 대장이 안 좋은 사람은 대변 냄새가 나고 위 기능에 이상이 있으면 고기 썩는 악취가 난다.

류장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