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언론 "신동주 부회장, 일본인 전문 경영인과 대립하다 밀려나"

중앙일보

입력

신동주(61)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해임이 일본 경영인과의 대립 때문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10일 보도했다.

신격호(93)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남인 신 전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26일 일본롯데 부회장, 롯데상사 부회장 겸 사장, 롯데아이스 이사에서 해임된 데 이어 올 들어 지난 8일 롯데홀딩스의 이사직에서도 해임됐다. 그러나 신 전 부회장이 주요 이사직에서 모두 해임되며 사실상 추방 조치를 당했는데도 그룹 측에선 이렇다할 설명이 없어 각종 의혹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신 전 부회장이 신동빈(60) 회장과 지분경쟁을 하며 후계자 싸움을 벌이다가 아버지 신격호 회장의 눈 밖에 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이런 시각과 닛케이 보도는 많이 다르다. 닛케이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일본의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72) 롯데홀딩스 사장과 경영 방식을 놓고 대립하다가 결국 신격호 회장이 쓰쿠다를 지지한 것으로 보인다고 썼다. 닛케이는 취재에 응한 롯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해임 후에도 신동주씨의 그룹 회사 지분은 변함이 없기에 ‘후계문제’의 이야기는 아니다”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또한 신 총괄회장의 쓰쿠다 사장에 대한 신임이 대단히 높다고 설명했다. 쓰쿠다 사장은 스미토모은행(현 미쓰이 스미토모은행) 출신으로 호텔 경영 경력을 거처 2009년 롯데홀딩스 사장으로 취임했다.

닛케이는 “임원 인사는 모두 신 총괄회장의 결정 사항이기에 (신동주씨 해임이) 신 총괄회장 의향에 따른 것임은 틀림없다”는 한국 롯데 임원의 말을 소개하고 “한일 양국에서 산적한 과제가 많은 가운데 혼란을 조기 수습하고 사업을 다시 일으키려는 신 총괄회장의 의욕이 이번 인사에 반영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신 전 부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임원에서 해임된 것은 의미가 다르다는 분석도 있다. 여러 경로를 통해 롯데홀딩스가 일본과 한국의 롯데를 지배하고 있어 롯데홀딩스의 향배가 후계구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재일 한국인 1세인 신 총괄회장은 1948년 도쿄에서 롯데를 창업한 뒤 1967년 한국에도 진출했다. 이번 해임전까지 롯데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휘 아래 한국은 차남인 신동빈 회장이, 일본은 장남인 신동주 전 부회장이 오랫동안 경영을 맡아왔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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