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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B파동의 돈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그 이름을 듣기만해도 우는 아기가 울음을 그친다는 소련의 비밀경찰 KGB가 동경·파리,그리고 동남아시아의 각처에서 마각을 드러내어 우리도 주변을 살펴보게 된다.
일본서는 79년 미국으로 망명한바 있는 KGB일본공작원이 포섭하여 정보제공자로 활용한 현직 중의원의원, 외무생관리, 중견기자, 평론가의 이름을 최근에 공개하여 위격파가 아직도 높다. ·
뒤률 이어 프랑스에서는 한꺼번에 47명의소련의 교관·언론인·국영기업체 직윈들이 스파이혐의로 추방되었다.
동남아시아 각국에서 드러난 KGB의 활동 유형은 비슷하다.
KGB는 주재국의 유력인사들을 돈과 섹스, 그리고 더러는 상대방의 지적인 허영심을 만족시키는 방법으로 포섭하여 중요한 군사기밀·외교기밀, 그리고 산업기밀을 입수하여왔다. 그것은 고전적인 스파이수법 그대로다.
그 점에서는 다행스럽다고나 할까. 우리는 소련과 의교관계가 없어 한국에는 소련외교관이나 언론인이 주재하지 않기 때문에 KGB의 마수가직접 뻗어오지는 앉았다.
그러나 일본안보관계부처의 한국담당관리가 KGB에 포섭된 것이 확인된걸 보면 한일관계,한국의 안보, 한미관계, 주일미군의 활동에 관한 기밀들이 속속들이 소련정보윈들의 손에 입수되었다고 보아야 하겠다.
그런 의미에서도 서방 세계의 모든나라들이 서로 협력하여 KGB의 침투를 막아내지 않으면 대소안보체제에 구멍이 뚫리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특히 소련 KGB가 요즈음에는 군사·외교적인 기밀뿐 아니라 첨단과학기술의 정보를 훔치는 일에도 광분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겠다. 미국중앙정보국(ClA) 의 추산에 따르면 소련의 첨단과학기술은 구·미·일에 10년정도 뒤떨어졌던것을 KGB의 산업스파이 활동으로 그 격차를 2년정도로 줄였다고한다. 그들의 활동이 얼마나 가공할만한 것인지를 알수 있다.
소련은 영·불 합작인 콩코드여객기의 기술을 훔쳐 최신형 전략폭격기를 개발하고, 훔친 기술로 유전탐사의 기술과 미사일유도장치를 개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KGB에서 과학기술을 훔쳐내는 일을 담당하는 부서의 규모만해도 미국 중앙정보국의 절반 정도나 된다고하니 그들이 프랑스에서 엑조세미사일·중성자탄, 그리고 앙데중거리미사일의 기술을 훔쳐내는 일에까지 손을 댔던것도 그렇게 놀라울 일은아니다.
KGB는 말하자면 서방세계에서 요긴한 정보가 있는곳은 모조리 그들의 「감시의 현미경」 으로 들여다보고 특히 국가첩보기관이 없는 일본은 그들의 「안방」 같이 드나들수가 있었던것이다.
총력안보의 개념에서는 적의 공격을 전선에서만 막아내는것이 아니다. 다른 나라들이 당한 KGB파동을 보고 우리는 북한간첩들의 침투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지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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