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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차 너무 빨리 달린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각종 교통사고의 원인가운데 과속이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다.
무인속도 측정기의 설치, 순찰의 강화 등으로 과속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많이 줄었다는 고속도로에서조차 과속운전으로 인한 사고는 전체의 7%를 넘는다.
대도시주변뿐 아니라 지방국도의 포장율이 높아지면서 알게 모르게 과속을 범하는 차량은 늘어나는 추세다. 더우기 금년 들어서면서 마이카 붐이 불어 서울만해도 하루평균 1백61대꼴로 자가용이 늘어나고 있어 과속운전은 운전자는 물론 시민 모두가 새삼 관심을 기울여야할 과제가 되고있다.
지난 12일 12명의 사상자를 낸 논산국도상의 교통사고도 과속운전이 원인이었거니와 20일 아침 서울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가두질서캠페인을 벌이던 어느 회사원이 역사한 원인도 과속에 있었다.
버스에 치여 사람 하나가 죽는 일은 흔한 일이다. 신문에서도 1단 아니면 대부분의 신문이 아예 취급도 하지 않는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곰곰 생각해보면 오늘은 아무일이 없었다해도 과속으로 인한 재난은 언제 누구도 당할 수 있다는 개연성을 이들 사고는 일깨워주고 있다.
현행 교통법규에 따르면 과속의 경우 범칙금 1만5천원에 10일간 면허가 정지되고 이와는 별도로 교양강좌를 받도록 되어있다.
법규위반치고는 매우 무거운 벌칙이지만, 규정이야 어떻든 과속운전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그 원인은 어디 있을까. 서울 같은 대도시의 경우 간선도로가 너무 넓은데 가장 큰 원인이 있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도 있다.
서울의 도로는 대체로 외국의 도시에 비해 넓다고 한다. 유럽의 도시들이 편도3차선이면 매우 넓은 도로인데 우리나라에서 그만한 너비의 도로는 얼마든지 있다. 도로가 넓으면 운전자들은 자연 액셀레이터를 밟게 된다는 것이다.
도로의 폭을 넓히는게 도시발전의 상징인양 여겨지기 쉽지만 사실은 그렇지가 못한데 문제가 있다.
도로를 확장하면 그만큼 도심지의 교통혼잡을 줄일 수 있으리라고 기대를 모은 것도 사질이다.
그러나 실제로 도심지도로의 확장은 늘어나는 차량을 수용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했을 뿐 아니라 도로주변의 발전에도 기여하지 앉은 결과가 되고말았다.
가령 서울 종로의 경우 막대한 시예산을 투입, 도로는 넓혀놓았지만 주변상가의 번창에는 별달리 좋은 결과를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포∼서대문의 경우만 해도 도로는 8차선이 되었지만 통과로로서의 역할은 몰라도 주변의 발전에는 별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뜩이나 부족하고 부실한 표지판도 도로가 넓으면 보기 어렵다.
도심지의 교통혼잡을 해소하고 과속으로 인한 교통사고를 줄인다고 해서 간선도로를 확장한다는 발상은 실패했다고 보지 않을수 없다.
물론 서울이 한나라의 수도인 이상 한나라의 번영을 상징할만한 넓은 도로는 꼭 있어야하지만 다론 도로도 무작정 넓히는 것만이 능사일수는 없다.
간선도로의 확장보다는 보조도로나 주변도로를 많이 만드는 방법이 보다 현실적인 접근방안일 것이다. 기존간선도로를 확장하는데 드는 비용이면 보다 많은 차량을 원활하게 소통시킬 수 있는 도로를 더 많이 건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속운전의 가장 큰 원인이 운전자의 자질이나 소양 등에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운전교습장에서는 우선 면허만 딸 수 있는 기술은 가르쳐도 과속운전·음주운전 등의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데는 소홀하다.
더욱이 교통사고를 저지르는 사람의 40%정도는 20대청년들이다. 비교적 겁없는 젊은이들에게 버스나 트럭 등 대형차를 운전하게 하는데서 사고율은 높아진다.
교통사고의 천국이란 오명을 벗는 일은 조국의 선전화를 위해서도 필수적인 조건이다. 단순히 흔한 교통사고란 측면이 아니라 도로여건·국민의식 등 모든 조건을 두루 살펴 포괄적인 대책이 세워져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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