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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전화 시민토론 「아들과 딸들」| "청소년비행은 가정교육부재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생명의 전화」주최 시민공개토론이「가정, 그 새로운 의미를 찾는다」라는 83년도 대주제로 지난 19일 하오2시 기독교방송국 대강당에서 열렸다. 전4부로 마무리되는 83년도 대주제중 그 첫번째시민토론인 「아들과 딸들」 은 여동찬교수 (본명「로재르·르배르에르」한국외국어대학교 불문과)의 발제강연에 이어 김순영씨(58·전창덕여중교장) 와 허광섭씨 (37·성북교회목사)의 토의및 시민들의 공개토론으로 친행되었다.
40대주부=아버지는 아이들과 접촉할 시간이 없어 그저 만나면 용돈 정도 듬뿍 주고 어머니와는 얘기가 안통한다며 일상생활의 얘기를 하려들지않으니 요즘은 자식 키우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요. 대구참사사건만하더라도 수백명의 부모들이 지난 밤에 자식들이 어디에 있었는지도 모르고 무작정 병원에 찾아와 행여 자기 자녀들이 아닐까하여 확인했다는 소식을 들으니, 어머니를 마치 밥이나 지어주는 가정부로 \여기는 것 같습니다.
40대주부=대학 임시를 준비하는 아들에게 어떤 과를 선택하겠느냐고 물었더니 대답이 걸작이더군요. 당연히 돈을 많이 벌수 있는 과를 택해야 하지 않겠느냐고요.
50대남자=하루는 분명히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떼지어 담배를 피우고 있기에 잡아서 야단을 쳤더니 오히려 주먹으로 얼굴을 치고 도망을 가더군요. 청소년 선도는 어떻게 해야될지 .
이러한 시민들의 공개상담에 대해 발제강연에 나선 여교수는 먼저 기성세대와 청소년간의 갈등, 어버이와 자식간의 문제는 어느 시대, 어느 나라나 모두가 안고 있는 모순이라고 전제하면서 현재 우리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를 정직하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즉, 서구에서 수백년동안 이루어 놓은 경제적 발달이 한국사회는 불과 한세대 사이에 물질적풍요를 맛본 결과 정신적인 성숙이 이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 그 결과 부모는 감정에 치우치기쉽고 타협이 부족함은 물론 보수주의적 경향이 강해 자녀들에게 훌륭한 가정교육을 시키지 못하고 더구나 산업사회의 필요성으로 중동근로자가족들의 자녀교육은 물론, 심지어 국내에서도 공업단지등으로 부득이 떨어져 있어야만 하는 가족형태가 늘고있어 사실상 정상적인 자녀교육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여교수는 한국인은 성씨나 선·후배, 상사와 부하관계등의 집단의식은 철저할이만큼 강해도 대규모사회의 공동체의식은 전혀 되어있지 않다고 강조한다. 그 한예로 버스에서 노약자나 임신한 여성에게는 자리를 양보할줄 모르면서 상사에게는 선뜻 양보한다든지, 안동의 마을규범과 울산의 주민의식이 같은 영토 안이지만 전혀 다론 양상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인 문제가 유발된다고 강조한다. 젊은이들은 물질 제일주의 경함이 농후해 결혼관에 대해 여교수에게 상담온 대부분의 학생들은 경제적인 뒷받침을 결혼조건의 제1로 꼽고있었다고 들려준다. 따라서 여교수는 자녀교육의 제반문제는 자녀의 탓이라기 보다는 부모가 자녀의 성장단계에 비해 공부를 전혀 하지않아 투철한 직업의식및 삶의 가치를 정립시켜주지 못한때문으로 분석, 가정교육의 불모성을 우려하고 있다.
한편 30년간 교직에 몸담아온 김순영씨는 청소년 문제의 90%가 그룹행동으로 드러난다고 지적, 또래친구를 어떻게 사귀느냐와 맞벌이 부부의 가정이 어떻게 운영되느냐에 청소년 비행의 관건이 달려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김씨는 수석학생학부모들과 간담회롤 가져보면 대부분의 어머니들이 자녀의 공부를 위해 함께 밤을 새웠다고 고백하고 있어 부모들의 과잉보호 역시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허광섭씨는 청소년들이 놀만한 장소를 제공해주지 못한 것은 전적으로 기성세대의 책임이라고 진단, 가정의 기능만 제대로 지켜진다면 자연히 청소년문제는 해결될 수있을것이라는 견해를 펴보였다.

<육상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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